아이들을 키워 가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에는 '어떤 아이로 커가기를 바라십니까?'라는 질문이 많다. 공부 잘하는 아이, 어른 말 잘 듣는 아이, 책임감 있는 아이 같은 여러 대답들이 나올 것이다. 그 중에서 의외로 배려를 잘 하는 아이로 크면 좋겠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는 말을 들어왔다.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며, 인간관계 속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할 줄 알고 자신의 욕구를 낮출 줄 아는 아이로 커갔으면 하는 희망을 부모들 누구나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배려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외부로 쏟아내 나누어 주는 과정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는 배려라는 것이 나올 수 없다. 먼저 자신을 꽉 채워야 하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를 온전히 채워 가지 못한 아이는 어느 순간 에너지가 고갈되고 만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누어 줄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한정 배려하고 양보할 수는 없다. 밖으로 꺼내 놓은 만큼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려는 더 많은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배려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처럼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려하라는 강요를 받는다면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부모나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점점 커갈수록 채워지기보단 내것을 나누어 주어야 할 때가 더욱 많아진다. 물론 배려 잘하는 아이가 가슴속에 채워지는 에너지도 있지만, 소비는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배려를 하고 싶어도 그런 여력이 더 이상 생겨나질 않는다. 그 후부터는 주위의 시선과 눈총이 아이를 따갑게 몰아세울 것이다.
"배려를 받아 본 아이가 배려를 잘한다." 이것은 간단한 진리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부모의 사랑과 관심과 존중을 배려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다. 배려해주고 받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즐겁고 따뜻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나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우리네 학교 풍토에서 서로에게 배려하는 모습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친구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배려와 사랑을 받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에는 온전히 배려받는 시기이다. 내 속을 먼저 가득 채우는 시기이다.
부디 아이들에게 배려하라고 말하지 말자. 먼저 어른이 배려를 해주자. 자기보다 큰 어른들이 약자인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에게 어른을 배려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것은 어른을 공경하는 일과는 사뭇 다른 일인 것이다. 배려하는 아이가 되려면 어른들로부터 먼저 배려를 받는 경험이 앞서야 한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