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마트 피자는 왜 사업철수 않나"…영세상권 비난 외면

롯데마트 치킨 포기에도 마진없는 '로스 리더' 고수

'차별화 전략인가, 미끼상품인가?'

지난 8월 신세계 이마트가 피자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롯데마트가 치킨 판매에까지 뛰어들면서 대기업이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빼앗는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롯데마트는 13일 "16일부터 치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트는 피자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왜 이들 대형마트는 물의를 일으켜가며 치킨과 피자 판매에 뛰어들었을까? 관계기사 13면

◆대형마트 시장 포화상태=13일 롯데마트가 치킨판매 중단을 선언한 직후 이마트는 "이마트 피자는 현행대로 계속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킨은 국민 간식이자 수많은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품목이지만 피자는 다르다"는 것. 이마트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전혀 다른 품목"이라면서 "원래 팔던 피자의 가격 거품을 거둬내고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마트 측은 오히려 현재 52개인 피자 판매 점포를 연말까지 60여 곳, 내년까지 80여 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도대체 치킨과 피자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가 이하든 이상이든 간에, 마진을 없앤 상식 이하의 가격이라는 점에서는 같다는 것. 더욱이 프랜차이즈 업체가 업계를 장악하고 있더라도 서민들의 영세 자영업 형태라는 측면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대형마트들이 마진도 없는 피자와 치킨 판매에 뛰어든 것은 대형마트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에만 해도 409개이던 전국의 대형마트 점포수는 현재 유통업계가 예측한 '포화상태'인 450개에 육박했다. 지난해 연말 이마트 124개, 홈플러스 114개, 롯데마트 69개였던 것이 현재 이마트 130개, 홈플러스 119개, 롯데마트 87개 등으로 늘어났다. '빅3' 업체의 점포 증가만 해도 30여 개에 달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는 5개 점포를 신규 출점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출점할 자리를 찾기조차 힘든데다가 입지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지자체의 거센 반발 때문에 힘들다"고 설명했다.

◆영세상권 침해 논란만=양적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SSM(기업형슈퍼마켓)과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 마련에 나섰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SSM이 영세 슈퍼마켓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안이 통과되면서 이제 전통시장 근처 핵심상권에는 SSM 개점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SSM을 비롯한 대형마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압박 요인이다.

"SSM 추가 출점은 없다"고 천명한 뒤 성장세 둔화와 시장점유율 하락에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컸던 이마트는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마트 피자'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더구나 이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야심차게 치킨 사업에 뛰어들었던 롯데마트가 일주일만에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이마트 피자가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진 없이 판매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상품을 유통업계에서는 '로스 리더'(loss leader)라고 하는데 마진없이 판매하는 치킨이나 피자는 결국 로스 리더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서 "로스 리더 상품이 공산품일 경우에는 제조업체와의 불공정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치킨과 피자는 대형마트가 제조사 겸 판매사가 되기 때문에 마진을 낮추는 것이 쉽다보니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신세계의 식품 사업 진출은 피자 만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마트 한 직원은 "이마트 피자가 론칭한 이후로 사내에서 다른 제품에 대한 공모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제 햄버거와 치킨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저가 전략을 통해 매장 고객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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