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도어홀더를 아시는지?

'도어홀더'가 뭔지 아시는 분은 참 드물 것이다. 영어로는 door holder이고 사전에는 '열린 문을 고정하는 철물'이라고 되어 있다. 건축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사람에게도 사용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사람에게도 사용되고 있다. 도어홀더가 사람을 지칭할 경우 이는 '열린 문을 계속 붙잡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의 문을 밀어 열고 지나갈 때 뒤는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요즘은 대부분의 문이 자동으로 다시 닫히도록 되어 있어 이런 경우 내 바로 뒤따라 다른 사람이 온다면 그는 다시 닫히는 문에 십중팔구 얼굴을 얻어맞고 말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외국에서는 내 뒤에 다른 사람이 뒤따라오면 그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려준다. 이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도어홀더이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은 반드시 도어홀더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다시 도어홀더가 된다.

우리는 어떤지 되돌아보면 참 아쉽다. 도어홀더를 구경하기 어렵다. 뭐가 그리 바쁜지 뒤에 다른 사람이 따라오든지 말든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문을 밀어제치고 자기만 휙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 뒤따라오는 사람은 다시 닫히려는 문을 힘들게 다시 잡거나 아니면 영락없이 문과 예고도 없는 박치기를 하고 만다.

한편 아주 드문 경우지만 어쩌다 도어홀더를 만나기도 한다. 참 훌륭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뒤따라 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도어홀더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 도어홀더는 머쓱해진다. 인사를 듣자고 도어홀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는 도어홀더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 하나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하여 잠시 동안 도어홀더를 하면 어떨까?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도어홀더를 하는 사람에게 간단한 감사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가? 아주 작은 일같이 보이지만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우리는 익히 아는 사람, 가족 친지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배려가 좀 인색한 것 같다. 쑥스러워서, 숙달이 안 되어서 라고 이유를 대기도 한다. 다 핑계로 들린다. 친절과 배려의 범위를 조금 넓혀 보면 어떨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눈 한번 딱 감고 내가 먼저 도어홀더가 되어보면 어떨까? 도어홀더를 만나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반드시 건네자. 그를 이어 다시 내가 도어홀더가 되어보자. 나의 작은 배려의 실천이 우리의 자식들이 계속 살아야 될 이 세상을 보다 훈훈하게 만드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종한(대구시 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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