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좋은 아버지상

얼마 전 동영상전문사이트 유튜브에 화제가 된 동영상이 있었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매일 사진으로 남긴 동영상이었다. 총 1분 26초 분량의 짧은 이 동영상에는 한 여자 아이의 얼굴이 갓 태어났을 때부터 열 살이 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매일 사진을 찍어 둔다는 게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드는 일도 아닐 텐데 이렇게 실천한다는 게 쉽지가 않은 일이기에 이 아버지가 더 빛나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로 혼자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아들의 소원인 '달리고 싶다'를 이루어 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아들과 함께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는 아버지의 감동 스토리인 호이트 부자의 이야기도 우리들 가슴을 찡하게 한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어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지만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단지 아버지일 뿐이라고 했다. 다시 보아도 가슴 뭉클해진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진 아버지임이 틀림없다.

늦은 저녁식사가 끝나고 컴퓨터 앞에 있던 남편이 우리 막내 딸아이를 부른다.

"차렷, 열중쉬어, 차렷, 앉아, 뽀뽀." 아빠와 뽀뽀를 한 우리 막내딸은 뿌듯한 듯 뒤돌아서 웃으며 다시 자기 할 일을 한다. "이왕이면 좀 더 사랑스럽게 아이를 안아주지." 남편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모르진 않지만 좀 더 많이 표현해 주길 바라는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아이는 지금도 만족스럽다는 듯 행복해 보인다. 확실히 아내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아빠한테 점수를 많이 주는 것 같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이다. 오늘 저녁 우리집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들이 열린다. 올해는 우리 집에도 좋은 아버지상을 만들어 봄이 어떨지 아이들과 궁리해봐야겠다. "아빠, 사랑해요"라며 올 한 해 수고 많았다며 가족의 이름으로 주는 상을 받는 아버지라면 분명,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파워 대디'임에 틀림없다.

김건이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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