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안 조기처리… 국회는 지금 '킬링 타임' 중?

요즘 '국회가 아노미 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끌 것이라고 예상했던 예산국회가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일단락되면서 할 일을 잃은 것이다. 그야말로 '멍한 상태'다.

국회 의원회관 각 층(모두 8층) 흡연실 인구가 크게 늘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보좌관은 "영감님(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은 지역구로 일찌감치 내려가셨고 12월 국회는 종료된 마당이라 솔직히 할 일이 별로 없다"며 "책상물림도 하루 이틀이지…"라며 혀를 찼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직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말 송년회 약속을 전혀 잡지 않았던 직원들은 언론인, 피감기관, 지인, 부처 관계자들과 약속을 잡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예산국회라는 핑곗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약속을 잡지 않아 섭섭해하는 사람들을 뒤늦게나마 달래려는 것이다. "의원 눈치가 보여 뭐라도 해야할 텐데 그나마 쉬운 게 술 약속"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국회 사무처도 '텅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매해 연말을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며 예산안 싸움을 했기 때문에 좀처럼 이 같은 평온한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회 기획재정위 한 직원은 "솔직히 갑작스럽게 주어진 방학이라서 모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아노미 상태' 아니겠느냐"며 "2007년 말 예산국회가 일찍 끝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대통령 선거라는 큰일이 있었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 당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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