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물로 보느냐'란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발끈해서 하는 말이다.
또 '돈을 물 쓰듯 한다'란 말도 있다. 물이 낭비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셈이다.
물이 그처럼 하찮은 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물이 덮고 있다. 인간의 몸도 어린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70%가 물로 이뤄져 있다. 그렇게 흔하다.
그러나 물의 신비와 중요성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런 하찮은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수소와 산소 원자의 결합으로 이뤄진 물의 분자량은 18이다. 그 분자량이라면 섭씨 -70℃에 끓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물은 섭씨 100도에 끓는다. 다른 물질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또 지구상에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 물이다. 얼음은 액체에 뜨는 고체다. 만약 얼음이 액체에 뜨지 않는다면 겨울철 얼음이 언 강과 호수의 수많은 동식물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은 섭씨 3.98도일 때 부피가 가장 큰 것도 특이하다. 섭씨 3.98도보다 높아도 낮아도 부피가 작다. 그래서인지 물은 섭씨 4도 안팎일 때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 얼음이 뒤덮인 호수의 밑바닥 온도가 섭씨 4도 안팎이다. 신비를 넘어 경이롭다.
생명의 근원이나 하찮은 대접을 받는 그 물을 제대로 대접하자는 국제적 논의가 1997년 시작됐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물포럼이다. 각국 정부와 물 전문가들이 모여 21세기 지구촌의 물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포럼이다.
세계물포럼은 연륜을 더하며 규모가 확대됐다. 2009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5차 포럼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물과 위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정책을 세워 추진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른바 '이스탄불 선언문'으로 인천을 비롯한 각국의 49개 도시가 서명했다.
제6차 세계물포럼은 201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은 내년 10월 개최지가 결정된다.
그 7차 세계물포럼을 대구경북이 개최하겠다고 나섰다. 올 6월 인천 대전 등 7개 시도가 경합을 벌여 대구경북이 우승했다. 환경부와 대구시, 매일신문, 대구방송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가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제7차 세계물포럼을 한국으로 유치하느냐 여부다. 한국 유치에 성공하면 대구경북에 3만여 명이 방문하는 큰 국제 행사가 열리게 된다. 그것도 그냥 행사가 아니라 생명과 환경을 고민하는 의미 있는 행사다.
경쟁국인 스코틀랜드와 아랍에미리트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14일 대구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유치 기반 조성 토론회'가 그 시작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10월 녹색성장보고회에서 제7차 세계물포럼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유치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구경북이 세계물포럼을 개최하게 된다면 그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 대구경북이 끼고 있는 낙동강이 페놀오염 사고 등으로 물 이미지가 크게 구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이 내추럴미네랄워터를 시민에게 공짜로 제공하기 위한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이라 세계인에게 볼거리도 제공할 수 있다. 지표수에 의존하던 식수를 지하수로 되돌린 세계 첫 사례를 보며 세계인들은 분명 놀라워할 게다.
세계물포럼 유치와 동네우물되살리기 사업의 성공으로 대구경북이 물의 도시, 물의 유토피아가 되길 꿈꿔본다. 최재왕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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