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멀리뛰기는 동양선수들의 대표적 유망 종목

제16회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멀리뛰기에서 우리나라의 김덕현과 정순옥이 남녀 동반 우승했다. 두 선수의 기록은 세계기록에는 크게 미흡하지만 우리 육상 수준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결과이다. 여자 육상 도약종목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기도 하다. 멀리뛰기는 필드 경기에서 가장 기술을 중요시하는 종목이다. 물론 발 구름 시 최대속도를 얻기 위해 도움닫기에서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들이 뛰어난 멀리뛰기 선수가 될 수 있었다. 8m 이상을 도약하기 위해서는 100m를 10초05 이내로 달릴 수 있는 속도가 요구된다. 2000년 이후에는 전문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2종목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의 9m 벽을 처음 돌파할 수 있는 선수로 우사인 볼트가 지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빨리 달린다고만 해서 멀리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움닫기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발 구름판의 반작용이 적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도약을 할 수 없게 된다. 달려오는 가속도가 너무 크면 도약각도가 지나치게 작아지면서 위로 치고 오르기보다는 앞으로 그냥 달려가는 형태가 되면서 이상적인 도약 포물선을 그릴 수 없게 된다. 도움닫기에 의한 속도를 이용하여 도약 시 초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우수선수들은 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이륙각도에 해당하는 45도가 아닌 20~30도 범위를 유지한다. 또한 발 구름 할 때 무릎을 구부리면서 발뒤꿈치로 강하고 신속하게 밟아야 하는데 가속도가 너무 빠르면 자세가 불안정하여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멀리뛰기는 도움닫기에 이은 효율적인 발 구르기, 공중동작과 착지 과정에서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동양선수들도 충분히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1931년 일본의 남부 츄헤이(Nambu Chuhei)는 7m98을 뛰어 세계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우리 선수들도 우수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유망종목 중의 하나이다. 세계적 스프린터 칼 루이스(Carl Lewis)는 LA올림픽과 서울올림픽의 100m에서 2차례 연속 우승하였으나, 멀리뛰기에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르기까지 4연패를 이룩함으로써 도움닫기에서 속도뿐만 아니라 도약을 위한 정교한 기술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고대올림픽에서 멀리뛰기 선수들은 양손에 할테레스(Halteres)라고 불린 2㎏ 이상의 무게 추를 들고 경기를 했다. 뛰기 전에 무게 추를 적절하게 흔들어 원심의 탄력이 발생하도록 했으며 착지 시에도 무게 추를 뒤로 내리면서 두 다리에 반발력이 생기게 했다.

멀리뛰기는 세밀한 기술의 활용이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종목으로, 선수 개인의 집중력과 리듬감은 물론 기온, 바람, 공기저항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00m와 마찬가지로 초속 2m 이상의 풍속이면 기록이 공인되지 못한다. 대기압이 낮은 고지에서는 공기저항이 적기 때문에 멀리뛰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해발 2,200m 고지에서 개최된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밥 버몬(Bob Beamon)이 수립한 8m90은 무려 23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1991년 도쿄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이크 포웰(Michael Powell)이 칼 루이스와 명승부를 벌이면서 새롭게 수립한 8m95도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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