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쿄 한복판에 자리한 오차노미즈 대학은 전 교직원의 46.4%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135년 전통의 여자대학인 오차노미즈 대학의 여성 교직원 비율은 일본 전국에서 최고다. 이는 일본 평균치인 13%를 세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2009년과 2010년 양성평등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비결이 뭘까.
다카노 게이코 오차노미즈 대학 계산화학과 교수(여성지원실장)는 여성 교육에 대한 역사가 길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135년의 역사를 가진 여성 대학인 만큼 졸업자의 취업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서 깊은 여성 대학들이 있지만 여성 교직원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의 경우 여성 교직원 비율이 12.3%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여성 대학'이라는 이유로만 설명할 수 없다. 오차노미즈 대학의 성공 비결을 더 짚어보면 여성 연구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연구 환경을 적극적으로 정비한 것이 주효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성으로서 아기를 갖고 육아에 힘써야 할 시기와 연구자로서의 성장기가 20~40대로 겹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여성 지원실을 따로 두고 학내 연구자 5명을 선발해 여성 연구자 지원 모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오차노미즈 대학은 질적·양적으로 여성 연구자의 보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학내 수유실을 만들고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정했다. 학내 보육원에 아기를 맡기는 대학원생에게 육아지원 장학금을 신설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30명 이상의 여성 연구자들이 이 장학금을 받았다. 대학 내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숙소도 만들었다. 학내에 육아 멘토를 정해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육아 롤 모델도 선정했다. 5명의 연구 모델 가운데 두 명이 두 번째 아기를 가졌다. 실질적인 육아 지원이 가져온 출산이었다. 교내 여직원들의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조교수 이상 연구자 비율이 2004년 38%였지만 2009년 46%로 급증한 것.
오차노미즈 대학의 이런 노력과 실질적 결과는 '오차데 인덱스'로 만들어져 일본 100여개 기관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매년 오차데 인덱스를 채택한 기관들이 모여 전국 대회를 엽니다. 직업 환경에 대한 자기 평가를 하고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정보를 교환하죠. 현재까지 20~30회가량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한국 등 해외 대학에서도 이를 연구하기 위해 오차노미즈 대학을 방문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오차노미즈 대학측의 노력만이 아니라 일본 문부과학성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은 현재 사회 각 분야 지도자의 여성 비율 30%를 목표로 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 대학에서는 단순히 자녀 양육에만 끝나지 않고 아이 간호까지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5명의 연구 모델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파급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최세정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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