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해 지구촌 곳곳은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홍역을 치렀다. 올 초부터 한파, 폭염, 홍수, 폭설이 잇따라 밀려들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한 것.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봄 한파에 시달린 데 이어 여름에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12월 들어서도 기상 이변은 현재진행형이다. 유럽에 폭설과 홍수가 닥치는가 하면 북미 지역은 폭설, 중국은 가뭄으로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이 잦아질 뿐 아니라 강도도 세지고 있어 기후 연구에 좀 더 관심을 쏟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널뛰는 날씨, 지구촌 비상
북반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과 캐나다는 폭설 피해로 신음 중이고 유럽은 이달 초 각 지역에 한파와 폭설 외에 홍수까지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으로 혼란을 겪었다.
15일 미국 위스콘신과 미시건 등 중서부 4개 주에는 지난주부터 눈보라를 동반한 폭설이 이어져 최소 1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교통사고와 시설물 붕괴로 피해가 잇따르자 5대호 인접 지역 각급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13일 미네소타주에선 풋볼 경기장 메트로돔 지붕이 폭설로 무너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서부에서는 운전자 240여 명이 고속도로에 고립됐다 구조되기도 했다.
기상 이변은 유럽도 뒤흔들었다. 폴란드 일부 지역 기온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지난달부터 몰아친 한파와 폭설로 5일까지 52명이 숨졌고 체코와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했다. 1~3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은 활주로에 눈에 쌓이는 바람에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고 런던과 유럽 대륙을 오가는 고속열차 유로스타도 절반만 운행했다. 프랑스는 리옹 공항이 폐쇄되는 등 교통 대란이 일어났다.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는 홍수로 곤욕을 치렀다. 반도를 지나는 드리나 강이 폭우로 104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하며 범람, 크로아티아 남부 지역 가옥 700여 채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고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가뭄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2개월째 계속 중인 가뭄 탓에 중국 장시성 일대 23만여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것.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0, 11월 내린 비가 평년의 60%에 불과하고 이상 고온 현상까지 겹쳐 겨울 밀 수확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여름에도 지구촌은 홍수와 폭염 등 기상 이변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8월 아시아는 폭우에 따른 홍수로 몸서리를 쳤다. 19일부터 이틀간 폭우가 쏟아져 압록강 하류가 범람하는 바람에 북한의 곡창지대인 신의주 일대는 물바다로 변했다. 같은 달 초 중국 서북부 간쑤성 간난 티베트족 자치주 저우취현에서는 홍수로 산사태가 일어나 1천2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2천여 명 가까이 죽거나 실종됐다. 7월 말에는 파키스탄 인더스강이 범람해 1천600여 명이 숨졌다.
7월 서유럽과 미국은 수은주가 35도 이상 치솟는 폭염으로 고통받았다. 러시아는 기상 관측 이래 130년 만에 닥친 더위 탓에 물로 더위를 식히려던 시민 300여 명이 사망했고 반세기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농사를 망쳤다.
◆봄 추위, 여름 폭염…대구경북도 몸살
대구경북을 비롯한 한반도도 올 한 해 기상 이변 현상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연초 불어닥친 한파는 봄 추위로 이어지더니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진 것.
올봄 대구경북은 이상 저온 현상에 시달렸다. 게다가 눈과 비가 자주 내려 일조시간이 줄어 농작물 생육에 차질을 빚었다.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대구 일조시간은 228.5시간으로 190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여름에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하면서 올여름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25도로 평년보다 1.6도 높았다. 이는 1973년 이후를 비교할 때 1994년(25.6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 여름철 대구경북 평균 열대야 일수는 10.6일로 최근 10년(2000~2009년) 평균 열대야 일수(4.6일)의 두 배를 넘었고 폭염 일수(20.2일)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0일을 웃돌았다.(표 참조)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는 9월 중순까지 이어져 찜통더위가 쉽게 숙지지 않았다.
이처럼 지구촌을 곤경으로 몰아넣은 기상 이변 현상을 두고 세계기상기구(WMO)는 "좀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직결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 부의장인 계명대 이회성 교수는 "여러 기상 이변 현상의 원인은 저마다 다를 수 있어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리라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므로 기후 변화 연구에 좀 더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대기와 바닷물의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한반도에 집중 호우와 강한 태풍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기 온도가 1도 높아지면 공기 중 수증가 7% 증가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곳 권원태 소장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점차 높아지고 강수량도 느는 등 홍수, 가뭄, 폭염 등의 발생 빈도가 증가 추세여서 자연생태계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기상 이변으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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