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웃을 따뜻하게

연말 이웃돕기 성금의 관심과 열정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금 유용 사건 때문이다. 사랑과 온정이 담긴 성금을 중간에 가로챈 사람들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과 정서까지 더 얼어붙게 됐다. 연평도 도발로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도 성금 모금에 악재로 작용했다. 더욱이 연말연시를 기해 치솟는 물가와 구제역 소용돌이, 여야 정치 갈등, 대외 투쟁 등으로 가난한 이웃은 더욱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하지만 불우 이웃에 대한 온정의 나눔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눔이 더 가치있고 의미있으며 기쁨과 위안의 선물이 된다. 나눔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을 나누는 자에게 보답한다. 우리나라는 건설, 자동차, 조선, 반도체 세계 1위이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뤄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섰다. 반면 기부 문화나 기부 성적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한 미약한 기부국이다. 영국 자선구호단체와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의해 조사된 '2010 세계기부지수'에 스리랑카가 세계 8위, 라오스가 세계 11위에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세계 81위였다. 저개발 국가보다 휠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불황의 삭풍이 부는 이때, 커피 한 잔이나 영화 한 편, 외식 한 번 절약해 소외된 이웃,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에 작은 마음의 난로가 되었으면….

요즘 돈으로 내는 기부보다 몸으로 섬기는 기부가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헤비타트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하면 건축 전문가들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지만 정성으로 짓기에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몸으로 한 기부는 돈으로 내는 것보다 기쁨이 오래 지속되고 수혜자들에 대한 관심도 계속 생기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필자도 섬기는 교회에서 매년 1천 가정 돕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 가정이 한 가정에 온정을 베푸는 사랑나눔 운동이다. 올해는 쌀을 직접 들고 가가호호 방문할 예정이며 연탄을 직접 배달해 몸으로 나눔을 베푸는 운동도 전개한다.

성탄의 계절에 오히려 더 소외받는 계층이 있고 우울증과 소외감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조지 바나'는 "성탄의 계절에 열리는 특정 신앙공동체 행사나 연말파티 기간에 소외감이 더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이제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오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한 국민과 시민으로 고통당하고 소외당하는 이웃에게 활짝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사랑의 온정을 베푸는 훈훈한 사회가 되길 기도한다.

정준모 대구성명교회 담임목사'대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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