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관훈…대구는 그의 畵魂을 잊지 않았다

동원화랑·갤러리G '정관훈과 그의 화우들'展

한 화가가 있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 화가는 그림에 지독한 열정을 불태웠다. 하루도 붓을 놓지 않고 대구를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화가는 2001년 돌연 뉴욕행을 결정한다. 뉴욕에서 가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화풍을 찾아가던 중 화가는 2005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교통사고였다. 화가의 나이 40세. 미국 코네티컷주 미술협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하고 뉴욕 뉴센추리21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막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당시 그를 사랑하던 대구 화단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5년 후. 그를 사랑하던 많은 화우들은 그를 다시 불러냈다. '정관훈'이라는 이름 석 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28일까지 동원화랑과 갤러리 G에서 열리는 '정관훈과 그의 화우들' 전시회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보통 작가 사후에 열리는 유작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가들조차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잡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오로지 화가에 대한 의리와 사랑 하나만으로 70여 명의 동료 작가들이 뭉치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

고 정관훈추모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을 맡은 작가 권기철 씨는 고인의 영주고 미술부 선배로 "고독하게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화가들에게 관훈이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면서 "그래서인지 정말 많은 선후배들이 그를 추모하는 일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주고 미술부 출신 선후배들이 힘을 보탰다.

그의 화우임을 자처하는 김호득, 권기철, 권무형 등 70여 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을 기증했다. 10호 크기의 기증된 작품들은 20만원을 시작으로 서면경매를 진행한다. 원하는 작품에 20만원 이상의 구입 희망가격을 적어내면 전시 마지막 날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그림을 구입할 수 있다. 수익금은 화가의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고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20여 점도 전시된다. 그의 유작전은 악기 시리즈 등 그의 대표작을 모아 작가의 그림 세계와 그 열정을 돌아볼 수 있다. 작가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동원화랑 손동환 대표는 "정관훈은 그림에 대한 폭발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 열정이 한번도 꺾인 적이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는 그림 애호가들이 보다 저렴하게 의미있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료 화가인 김향금은 정관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그려낸 '화가가 화가를 찾아 길을 떠나다'(BMK 펴냄) 책을 펴내고 전시 기간 중 출판기념회를 겸한다. 생전에 정관훈과 인연이 없었던 저자는 화가의 발자취를 더듬어 정관훈이라는 사람을 다시 만난다. 지인들을 통해 구성한 화가의 생전 모습은 끊임없이 자신의 틀을 부수어가며 새로운 것을 추구했고 친구들에게는 의리파였으며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목민이었다. 저자는 화가의 발자취를 통해 고향집 풍경과 그의 지인들, 1천500여 점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고 화가의 삶을 재구성한다. 053)423-13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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