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외로운 행성

1972년, 영국의 토니와 모린 부부는 65파운드에 산 중고 미니밴을 몰고 세계 여행 길에 올랐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둘이 내린 결정이었다. 토니는 공학을 전공한 MBA 출신으로 포드 자동차로부터 입사제의를 받았지만 젊은 부부는 안정적인 삶 대신에 모험이 가득한 아시아 대륙 횡단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직접 차를 몰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넜고 이스탄불을 거쳐 이란의 유명한 관광지 이스파한에 도착했다. 그리고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위험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간다. 카불은 아시아 여행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3K(카불, 카트만두, 발리 쿠타) 중 첫손 꼽히는 도시다. 여기에서 밴을 처분하고 버스로 카이베르 고개를 넘어 인도에 도착한 이들은 내친김에 호주까지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6개월간의 고생고생 끝에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호주 해변에 도착했을 때 이들의 손에 남겨진 것은 카메라와 현금 27센트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에는 멋진 추억들이 쌓여져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 경험을 책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유명한 여행 가이드 북 '론리 플래닛'(외로운 행성)의 시작이었다.

토니는 여행 중에 영화 '우주선 선장'의 주제곡 '언젠가 하늘을 건널 때, 이 외로운 행성이 내 눈을 붙잡네' 대목을 자주 불렀다. 원래 가사는 외로운(lonely)이 아닌 사랑스런(lovely)이었으나 왠지 외로운 행성이 더 그럴듯해서 '론리 플래닛'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 '론리 플래닛 매거진'이 울릉도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해양 휴양지로 선정했다. 베트남 하롱베이와 일본 야에야마 군도 등과 함께 울릉도를 세계적 휴양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태고의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다른 섬들과는 달리 물이 풍부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인근 해역은 독도와 함께 동해 바다 최대의 황금 어장이자 동해안 어업 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이미 청마 유치환은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라고 노래했다.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 '론리 플래닛'이 이제야 외로운 섬 울릉도의 진면목을 제대로 본 것 같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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