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이 연평도 해상 포격훈련을 한 20일 오후, 시민들은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시민들은 사격훈련이 무사히 끝나 다행스럽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우리 군 당국의 훈련 단행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 의지'를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걱정스럽다' '무리한 훈련이었다'는 등 반응이 교차했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는 긴장된 표정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텔레비전 앞에 모여 특별방송을 주시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시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없다는 안내방송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반응과 "그래도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뒤섞였다. 서울 출장차 동대구역을 찾은 회사원 박기동(51) 씨는 "사격 훈련은 우리 군의 당연한 주권"이라며 "우리 군의 훈련이 전쟁 가능성을 키운다는 주장은 군의 사기를 꺾는 어이없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학생 이정민(22·여) 씨는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북한의 도발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이 전쟁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 등 시내에서도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북한의 보복을 우려하며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시민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구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는 이헌규(35) 씨는 "20일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한동안 긴장을 늦추지는 못할 것 같다"며 손님들도 사격훈련 얘기를 입에 올리며 자리를 일찍 마무리 짓는 바람에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영업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구청 한 공무원은 "사격훈련 소식과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전하는 뉴스에 신경이 쓰여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건들바위 네거리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모(57) 씨는 "북한이 으름장을 놓는데 주눅들지 않고 예정된 사격훈련을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내심 추가 도발이 있을까 우려했다"며 "첫 단추를 잘 뀄으니 한동안 조용히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석훈(27) 씨는 "오후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 동성로 쪽으로 가는 길 내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지켜봤다"며 "별일 없이 훈련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일단 연평도 포격으로 내부 결속을 다졌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의 무력 도발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줄타기 외교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북한도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