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욕 한마디로 영웅이 된 사나이, 맥컬리프

화가 나더라도 육두문자(肉頭文字)는 금물이다. 무심코 욕을 내뱉었다가 망신당한 이가 한둘 아니다. 그렇지만 욕 한마디로 '영웅' 대접을 받은 인물이 있다.

안소니 맥컬리프(1898~1975) 준장은 제2차세계대전 중 사단장 대리로 미 제101공수사단을 지휘했다. 독일로 진격하던 중 벨기에의 바스통에서 독일군에 포위돼 고립무원의 지경에 놓였다. 미군은 눈이 쏟아지는 와중에 매일 맹폭격을 당하면서 육탄으로 독일군을 막고 있었다.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벌지전투'에 나오는 바로 그 장면이다.

포위된 지 5일째인 1944년 오늘, 기진맥진한 그에게 독일군 사령관으로부터 항복을 권유하는 편지가 전달됐다. 그가 편지를 보고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Nuts!' '엿먹어라'는 뜻이다. 비록 욕이었지만 군인의 기백과 용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뒷날 전쟁영웅이 됐다. 나흘 후 정말로 욕을 잘하는 장군인 패튼 휘하의 제4기갑사단에 의해 구원될 때까지 고군분투했다. 그는 그 공로로 훈장과 함께 제103보병사단장으로 진급했고 1956년 대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영예롭게 군생활을 했다. 평소에는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신사였다고 한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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