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3억여 개의 단세포생물로 이루어진 하나의 유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태는 흡사 점균류를 닮았습니다. 때로는 개별적인 단세포생물로 살면서 동료들과 무관하게 움직이다가, 또 때로는 하나의 거대 유기체를 형성하여 먹이를 먹거나 적에게 혐오감, 위협을 주기도 합니다. 환경이 쾌적하지 않을 때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하다가도 날씨가 시원해져서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 동료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단세포생물로 돌아갑니다. 모양을 변환시키고(轉型), 흩어져 다양화되고(分化), 다시 어울리는(和諧)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리우주윈이 쓴 『중국사회발전3론:전형, 분화, 화해』(북경:사회과학문헌출판사, 2007)는 이러한 중국의 변화 모습을 3가지로 나누어 적고 있습니다. 첫째가 '전통에서 현대로'의 변환입니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산업 형태, 의식 형태, 인구 분포, 직업군, 노동 방법, 가족관계, 교육, 생활, 소비, 부양, 오락 등 사회 전 부문의 변화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가 사회계층의 분화입니다. 산업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도시소자산계급과 민족자산계급으로 구성되었던 중국 사회가 다양한 계층 스펙트럼으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민 중심의 농촌사회가 농업노동자, 농민공, 농촌지식분자, 개체노동자, 개체공상호, 사영기업주, 향진기업관리자, 농촌관리자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분화는 더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사회계층의 분화는 사회 다양성을 촉진시켜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이익집단과 이익 충돌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셋째가 조화입니다. 변환기에 처한 중국 사회가 당면한 균형 상실의 문제, 질서 유지의 문제, 사회구조 재조정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법론입니다.
그러나 거대한 중국 사회의 변화, 분화, 조화는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부유하고 다양화되는 사회는 필히 이익 경쟁과 모순이 치열해질 것이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폭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자칫하다가는 살만 하면 흩어지는 점균류처럼 13억 개의 단세포생물로 분화되어 흐트러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