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무원 시험 열기도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달 5일 중국 46개 도시에서 치러진 중앙 공무원 선발시험에는 1만6천 명 모집에 103만 명이 응시해 평균 6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가 에너지국의 '에너지 절약 및 과학기술장비사(司)'의 경우 단 1명을 모집하는데 4천961명이 몰려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2003년만 해도 8만7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2008년부터는 3년 연속 지원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대졸자들의 구직난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복지 혜택이 좋은 공무원직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공무원 시험의 과열 열기는 중국인들 중에서 점점 안정된 직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반면 "이는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졸 인력의 과잉 공급에 따라 학교를 떠나 민간 기업에 취직해도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노동자)보다 조금 높은 1천500위안(한화 약 25만원) 정도의 초봉밖에 받지 못하는 대졸 젊은이들이 대거 '공시족'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공무원 시험의 폭발적인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QQ(중국 포털사이트)의 네티즌들은 "고임금과 높은 권력, 복리를 누리며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 마시고 접대하고 여행을 하는 공무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공무원의 임금 자체는 농민공보다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생활 수준이 백배, 천배 나은 것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 "공무원은 깨지지 않는 철밥통이 아니며 능력 있는 자가 우대 받아야 한다"는 등 글을 올려 세태를 비꼬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사이트 차이신왕(財新網)은 취업정보 전문업체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5천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공무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중국에서 '철밥통'인 공무원은 여전히 인기 직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대다수는 적성에 맞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에서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7%가 공무원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25.8%가 복리후생 대우를, 15.8%가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공무원이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고작 1.6%에 불과했다.
또한 절반 이상인 54.2%의 응답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보다 공무원이 더 좋은 직업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6.6%는 이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답하기도 해 공무원에 대한 직장인의 '로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밖에 배우자 선택 시 상대방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수도 19.4%에 달했다. 중국에서 안정적인 공무원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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