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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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김윤진(대구 북구 태전동)
다음 주 글감은 '2011년에는 이랬으면'입니다
♥ 떡 얻어먹으러 갔다가 신앙인으로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자취를 하며 배고픈 시절이었다. 친구 따라가면 배불리 빵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따라나섰다.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이브. 제각기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지인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틈에서 이방인이 된 나는 친구만 졸졸 따라다녔다. 친구의 말대로 그날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 꿈에 그리던 크리스마스. 하얀 눈은 내리지 않아도 마음이 들뜨고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간다던 신화 같은 이야기를 믿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크리스마스 당일 역시 떡을 준다는 꼬임에 빠져 또 다른 친구를 따라서 성당으로 갔다. 성스러운 분위기에 하얀 미사보를 쓴 여인들이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종교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는 성당의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스스로 성모마리아상 앞에 서게 되었다. 무언의 교감이라도 하듯 가슴이 찡해져 오는 느낌을 받고 어느 날 혼자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배고팠던 시절, 떡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따라갔던 성당에서 신부님이 동그랗고 하얀 얇은 떡 같은 것을 혀 위에 얹어주는, 이내 녹아 없어지는 그 미묘한 떡맛(?)을 보고 신앙인이 된 것이다. 그해 크리스마스가 내게 준 최대의 선물이었다.
문성권(대구 수성구 지산동)
♥ 오십이 다 된 딸에게도 선물 주시니
내가 어릴 적 시골에는 꼬불꼬불한 비포장 길로 십 리나 되는 면소재지 삼거리에 우뚝 선 교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온 동네 아이들은 경운기를 타고 교회에 갔다. 유일한 밤나들이에 앞동네 뒷동네 언니 오빠 하며 떠들썩했지만 평소 교회에 다니지 않던 나는 꼭 선물 때문에 가는 것 같아 부럽기만 할 뿐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자식 사랑이 유별난 우리 아버지는 어린이날, 추석, 설, 생일, 크리스마스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일이 편지를 써 우리가 잠든 사이 머리맡에 선물을 준비하셨다. 내 생일이 늘 크리스마스 전후라, 결혼 23주년인 지금까지도 꼭 케이크나 소고기를 사다 주신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내 생일이라며 "니 생일 겸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사줄까?"하시더니 비 오는 날 전자대리점을 6군데나 다니시며 라디오를 샀다며 "소리가 똑똑히 잘 나온다. 한번 들어봐라!" 전화기에 대고 들려주셨다. "궁금하제? 너무 참하다. 니가 보면 뒤로 넘어질끼다." 빨리 주고 싶어 전화를 끊자마자 온다는 말도 없이 다시 포장 그대로 라디오를 분홍 보자기에 예쁘게 싸서 가지고 오셨다. 20년 가까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맏딸을 늘 안쓰러워하며 수시로 들르신다. 차 한잔하시면서 이야기는 또 얼마나 재미나게 하시는지 모른다. 딸이 신경 쓸까봐 "장사 잘해라! 나는 지금 바쁘다"며 금방 일어서시는 아버지.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을. 우리 아버지의 맏딸로 태어난 게 가장 큰 행운이며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버지께 해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딸이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내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바로 아버지다.
김진란(대구 북구 태전동)
♥ 산타복장으로 수업 시간에 들어가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복장을 빌렸습니다. 가게에 가서 초코파이 48개들이 7통을 샀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306명이니까 한 개씩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첫째 시간에 교장실 앞뒤 문을 잠그고 거울을 보면서 복장과 얼굴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똑같이 꾸몄습니다. 둘째 시간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눈치 못 채게 1학년 교실부터 뒷문으로 들어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안녕!" 수업에 몰두하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놀라는 모습이더니 금방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아 나는 알겠다. 교장 선생님이다!" "아니야 어떤 아저씨야!" 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손을 잡으며 초코파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너희들을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그리고 나는 아이들 몇 명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교실을 나오면서 손을 흔드니 아이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였습니다. 쉬는 시간 1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어 너네 반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 간 모양이지." 나는 시치미를 떼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로 더욱 큰 소리로 합창을 하듯 외쳤습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이시면서…." '그래 뭐라고 해도 너희들이 좋아하면 내년에도 내가 또다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되어 줄게.'
박동규(대구 중리초등학교)
♥ "비싼 선물은 안돼"
작년 9살이던 딸아이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자 정성껏 만든 카드에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산타 할아버지! 저 하진인데요. 할아버지댁은 어느 나라에 있어요? 큰 선물을 거기서 들고 올 수 있어요? 나는 큰 선물이 갖고 싶어요. 답장 꼭 써 주세요. 사랑해요~♥ 하진 올림.'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산타 할아버지가 큰 곰돌이를 못 가지고 올까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산타에게 보내는 카드 옆에 빈자리를 남겨 두고 커다랗게 답장이라고 써 놓고 24일 저녁 잠자리에 든 녀석이 귀엽기만 했다. 아는 지인에게 카드를 보여주며 답장을 써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써 놓았다.
'하진이에게. 반갑구나. 잘 지내고 있지? 우리 집이 궁금한 모양이구나. 음… 비밀인데…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에 있다는 정도만 알려주마. 내가 뭘 타고다니는지 하진이도 잘 알고 있겠지? 거기엔 큰 선물도 충분히 들어간단다. 나도 하진이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잘 알고 있지. 감기 조심하거라. 사랑한다!! 산타 할아버지가.'
자고 일어나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있던 카드의 답장과 자기 몸보다 큰 곰돌이 인형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큰 선물도 가져올 수 있잖아~ 산타 할아버지는 가장 반짝거리는 별에 산대. 엄마는 몰랐지?"
큰 곰돌이에게 '에이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지금도 침대 머리맡에 앉혀두고 잔다.
10살이 된 지금도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아는지 모르는지~ 올해는 선물 수준이 좀 커졌다. '닌텐도를 주세요.' 올해까지는 산타가 있는 척해야 할지, 산타가 누군지 밝혀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지 하면서도,'닌텐도'는 안돼!
장은선(대구 북구 서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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