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구순 노모, 이웃 어르신 딸 노릇…달서 서재 휴먼시아 서윤조씨

서윤조(오른쪽)씨가 손하자 할머니를 찾았다.
서윤조(오른쪽)씨가 손하자 할머니를 찾았다.

"한때는 내 인생이 왜 이런지 신세 한탄을 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당뇨로 고생한 적도 있어요.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큰 살림은 없어도 건강한 몸이 재산이고 객지에서나마 직장생활을 하는 자식들이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려고 합니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와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LH 서재 휴먼시아 아파트. 이웃의 아픔을 보면 내 일처럼 여기는 서윤조(54·여) 씨는 다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한 이웃에 줄 약초를 말려주기 위해 오늘도 고향인 청도 친척집을 방문, 건조를 부탁하고 오는 길이다.

서 씨는 현재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94)와 단 둘이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효녀이자 이웃을 돌보는 천사로 소문나 있다. 그녀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고 어머니를 씻겨주고 식사를 도운 뒤 8시에 주간보호센터 버스에 태워 배웅한다.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서 씨는 잠시 쉴 틈도 없이 거동이 불편한 이웃 어르신을 찾아가 친딸처럼 말동무도 되어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전에는 내 인생이 왜 이런지 신세 한탄을 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당뇨로 고생한 적도 있어요. 살아온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살림은 없어도 건강한 몸이 재산이고 객지에서나마 직장생활을 하는 자식들이 있으니 행복하게 생각하며 살려고 합니다."

서 씨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배움의 기회도 없이 농사를 짓다가 24세에 중매로 결혼했지만 경제력이 없던 남편과 헤어져야 했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식당 주방일과 포장마차를 전전하는 등 힘든 인생살이를 맛봐야만 했다.

서 씨의 수입은 식당 주방일로 받는 한달 50여만원과 어머니의 기초수급비 35만원이 전부. 하지만 임대료와 관리비, 전화료 등을 제하면 얼마 남지 않는다. 본인은 김치 한 가지로 밥을 먹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는 매끼 고기반찬과 사철과일을 꼭 챙겨드린다.

서 씨는 또 홀몸 이웃 어른들에게는 김치와 반찬을 손수 준비해 나누어 주고 아파트 경로당에도 수시로 절편, 백설기 등 떡을 해온다.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를 잃은 이웃 노인 손하자(78·지체장애 1급) 할머니는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수시로 찾아와 반찬도 해주고 청소, 빨래는 물론 말동무까지 되어주니 너무 고맙죠. 피를 나눈 친자식도 이렇게는 못 할 거예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씨에게는 이제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이 생겨났다. 사회 봉사단체나 복지기관에서 나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목욕봉사와 가사도우미 지원을 해주고 인근 농협에서는 반찬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도연순 LH 서재 휴먼시아 관리사무소장은 "오랫동안 이 업무에 종사해왔지만 서윤조 씨 같은 분은 처음 본다. 아파트에 불편하신 어른들이 안 계시는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른이 계시면 수소문하면서 한밤 중에도 아파트 곳곳을 찾아 다닌다"며 주민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에 감사를 표했다.

글·사진 권오섭 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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