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1번지'로 통하는 범어네거리의 지하상가와 범어구립도서관(가칭)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지하상가는 완공된 지 1년이 다 돼 가도록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상가 전체가 텅 비어 있고 범어네거리 지상의 범어구립도서관 공사까지 수개월째 중단돼 도심 흉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오전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가끔씩 오갈 뿐이었다. 폭 17m의 지하도 양쪽에 72개 점포가 들어섰지만 입주한 상점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점포 유리창은 이따금 오가는 시민들이 옷매무새를 비춰보는 거울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범어지하상가는 2006년 11월 착공돼 지난 2월 완공됐지만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지하도 중앙에는 전시·문화공간으로 쓸 수 있는 작은 광장도 마련됐지만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 이재희(43·여) 씨는 "지하철을 탈 때만 이곳을 드나들 뿐"이라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고 상가도 텅 빈 탓에 밤에 혼자 걸어다니기도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범어지하상가는 인근 두산위브더제니스주상복합의 시행사가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것이다. 공사비로 484억원이 들었다. 상가는 범어역 서쪽에서 동쪽 아파트 입구까지 길이 370m 지하도를 따라 들어서 있다.
지하상가 관리를 맡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 3월부터 상가 전체를 운영할 사업자를 공모했다. 당초 공사 측은 이곳을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명품 상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대구시는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문화공간이나 공공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시 세우고 있다.
공사 측은 "몇 차례 임대 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상·하수도, 가스 등 시설 설치 비용이 만만찮고, 상권 형성도 제대로 안 돼 다들 외면했다"며 "시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와 사업자 공모 절차 재개를 미뤄둔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김종한 정책기획관은 "일단 문화, 공공시설을 입주시키기로 방향을 잡고 각 부서별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라며 "내년 1월 말쯤 돼야 어떤 시설을 입주시킬지,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입할지 등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수성구청 맞은편 범어구립도서관은 지난 6월 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돼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이곳 역시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의 시행사가 기부채납하는 시설로, 모두 25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천900여㎡에 지하 1층, 지상 5층 공사를 진행해 왔지만 80% 정도 공정이 진척된 지난 6월 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된 것.
건축업계는 "핵심 상권과 문화의 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범어지하상가와 범어구립도서관 두 곳 모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며 "사업을 조속히 진행시키려면 지자체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범어지하상가는 시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금난을 겪던 이 시행사가 은행 대출금 문제를 거의 해결하면서 범어구립도서관도 내년 초쯤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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