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대회의 주인공은 선수다.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발끝,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심판이다. 심판은 온갖 첨단 장비를 동원,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 선수의 부정을 막고 공정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심판자격으로 경기장에 서는 게 그리 녹록지 않다.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심판자격을 얻기까지 과정도 힘들고 이들이 지켜야 할 규정 또한 엄격하다. 심판은 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투명인간'이 돼야 한다. 주인공은 선수이기 때문에 심판은 되도록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선수에 가려져야 존재 가치가 더욱 빛나는 '심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심판 등급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투입되는 심판은 모두 400명이다. 이중 국가기술위원(NTO : National Technical Official)이 140명이고, 나머지 260명은 NTO 자격이 없는 국내 1급 심판으로 구성된다.
국제 심판은 국제기술위원인 ITO(International Technical Official)와 대륙별기술위원인 ATO(Area Technical Official), 국가기술위원인 NTO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심판은 모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각 대회 때 배정하는 TD(Technical Delegate)가 총괄한다. 교육은 ITO가 ATO, ATO가 NTO식으로 하향 교육하고, NTO 자격이 있어야 ATO가 될 수 있고 ITO 역시 ATO인 경우에 도전 가능하다. ITO 자격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취득할 수 있다. NTO는 국제 심판이긴 하지만 해당 국가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서만 심판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국내 심판이라고 보면 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심판의 주축은 NTO다. NTO는 주로 필드, 트랙 등 각 종목별로 나눠져 심판장의 역할을 하는데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판단과 최종 판정, 종목별 일정에 따라 심판들의 업무를 배분, 관리한다. NTO는 각 종목에 조별로 최소 한 명 이상 포함된다. 국내 심판은 NTO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로 자신의 전공 종목에 배정된다.
◆심판 양성
우리나라에는 몇 년 전까지 ITO와 NTO는 없고, ATO만 2명 있었다. 우리나라에 국제 심판을 볼 사람이 2명뿐이었던 것. 그러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유치되자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4차례 교육을 통해 NTO 100명을 양성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집행위원이자 내년 대구 대회 총괄 TD인 세자르 모레노(멕시코)가 NTO 단기 속성 양성을 위해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해 5일 밤낮으로 현장, 이론 등 10개 분야에 걸쳐 교육하고, IAAF 주관의 필기·현장·인터뷰·토의 등 시험을 거쳐 배출했다. 12~21일에는 대구스타디움 등에서 NTO 선발을 위한 교육 및 시험이 있었다. 국내 400명 안팎의 1급 자격 소지자 심판 중 각 시·도지부의 추천을 받은 심판만 NTO 교육을 받을 수 있고, NTO가 될 수 있다. 260명의 국내 심판은 나머지 1급 심판과 2급 심판 중에서 뽑아 꾸려진다.
◆심판 구성
내년 대구 대회에 투입되는 NTO나 국내 심판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러나 종목별로 IAAF에서 지명, 파견한 ITO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멀리뛰기 종목의 경우 각 조당 11명의 심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ITO가 한 명, NTO가 두 명, 나머지는 국내 심판으로 이뤄진다. ITO는 심판 총괄 및 확인 역할을 하고, NTO 두 명은 각각 심판들의 움직임이나 진행 등을 컨트롤하는 레퍼리(Referee)와 깃발 등을 들며 판정하는 심판장(Chief judge)의 역할을 한다. 나머지 국내 심판들은 카운트다운, 모래 정리, 광파 측정, 선수 호출, 계측, 구름판 점토 교체 등 업무별로 역할을 맡는다.
심판 구성은 종목에 따라 다르다. 멀리뛰기는 A, B팀 2개를 기준으로, 오전·오후로 나눈 4개 조로 심판진을 구성한다. 각 조에는 11명의 심판이 포함돼 있다. 높이뛰기에는 각 조당 9명, 해머던지기에는 한 조에 10, 11명의 심판이 필요하다.
트랙 경기의 심판은 수십 명에 달한다. 출발 팀에만 스타트 코디네이터, 어시스턴트, 스타터, 스타트 레퍼리 등 10명이나 된다. 여기에다 피니시 라인 팀 등을 모두 합하면 트랙 심판은 한 조당 수십 명으로 구성된다. 총괄은 IAAF가 지명하는 인터내셔널 스타터(International starter)가 하는데 내년 대구 대회 땐 알랜 벨(Alan Bell)이 지명돼 있다. 인터내셔널 스타터 외에도 포토 피니셔, 로드레이스 계측 심판 등도 IAAF에서 파견한 외국인 심판이 담당한다.
국내 심판 없이 외국인 심판으로만 채워지는 종목도 있다. 경보다. 경보 경기는 행정 4명을 포함해 13명으로 심판진을 구성하는데, 대구 대회의 심판진은 모두 IAAF 국제경보심판구성위원회에서 파견한 외국인이다. 경보 경기는 '레이스 중 무릎을 굽혔느냐' 여부 등을 판정하기 때문에 주관적 판정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심판을 배제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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