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올해는 이상기온이 영업상무?

올 한 해 유통가는
올 한 해 유통가는 '이상기온'에 울고 웃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절상품의 경우 날씨에 따른 매출 변화가 20~30%를 차지할 정도이며, 업계 평균적으로는 5~10% 정도의 매출 변화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대구·롯데백화점 제공

대구백화점 본점 모피 파트 담당인 박동훈 주임은 이번 주말을 앞두고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물량 확보를 위해 매일같이 모피 본사에 전화를 걸고 있다.

올해는 여성패션 전 부문에 걸쳐 모피 아이템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잦은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서 모피 제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

백화점 직원들은 출근 뒤 가장 먼저 하는 업무가 바로 날씨 확인이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찾아 주간이나 월간 단위의 일기예보와 과거 3년간 날씨정보를 검색하는 것. 최근에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그때 그때 날씨에 맞춰 알맞은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날씨가 하루 영업실적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상정보가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매출의 5~10% 정도로 분석한다. 하지만 의류, 냉난방기기, 아이스크림, 술, 음료 등과 같은 계절상품의 경우는 날씨에 따라 매출이 최고 20~30% 차이가 나기도 한다.

겨울 상품은 날씨가 추울수록 많이 팔린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지만 여기에도 최적의 온도가 있다. 날씨와 매출 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겨울 상품 판매를 위한 최적의 기온은 영하 6℃ 정도. 하지만 기온이 급속도로 하락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이 준다.

식음료업계에서도 날씨와 매출은 상관관계가 높다. 특히 음료, 빙과, 맥주 등의 제품은 여름철 기온이 매출과 직결돼 '날씨가 영업상무'라고까지 할 정도. 무더운 날씨에도 역시 최적의 온도가 존재한다. 무조건 날씨가 더우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증가할 것 같지만 기온이 27~28도를 웃돌면 매출은 되레 떨어진다는 것.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약 50%가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며 "백화점에서 날씨와 계절에 따른 소비심리를 꼼꼼히 분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2010년 날씨로 울고 웃었던 백화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이상기온'이 유통가를 웃고 울린 한 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가 혼재하거나 뒤바뀌는 등 그야말로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

올봄에는 4월 중순까지 한파가 계속되면서 봄철 대표 아이템인 원피스와 블라우스 대신 일교차가 큰 날씨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감 탈·부착식 점퍼나 소매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재킷 등 '트랜스포머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대신 여름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2, 3도 높은 무더위가 9월 중순까지 계속되면서 냉방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의 경우 6월부터 9월까지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5%, 선풍기는 8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늦더위가 가을 세일에는 '독'이 됐다. 더운 날씨로 인해 긴소매 옷 판매가 부진하면서 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고심해야 했다.

여기에다 여름 폭염과 태풍 곤파스, 잦은 폭우 등의 영향으로 배추 파동까지 이어졌다. 고랭지 배추의 작황부진으로 출하량이 평년에 비해 30% 정도 줄면서 한때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5천원까지 치솟은 것.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한정된 수량의 배추를 최저가에 판매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집객마케팅'에 열중했고, 포장김치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11월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에 일찍부터 코트와 패딩점퍼 등 겨울의류 판매가 늘어나면서 겨울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10℃에 육박하는 따뜻한 날씨에 잠시 매출이 주춤한 상태.

롯데백화점 대구점 한승훈 매니저는 "날씨가 백화점 영업실적을 좌우할 만큼 올해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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