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와해 직전이다.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포탄' 발언에 이은 '자연산' 발언 설화(舌禍)로 7월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은 정부의 대북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조율되지 않은 입장을 노출하면서 충돌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지고 있다.
▷새해예산안 강행처리와 '형님예산' 논란에 따른 민심 악화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남북 관계 긴장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 등의 대내외적 악재가 겹친 상태에서 터진 안 대표의 실언은 당 대표직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여론을 자극해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연말에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당 지도부가 자중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안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안 대표가 물러나면 7월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홍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그동안 안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한데다 청와대와 관계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여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임시전당대회를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 대표뿐만 아니라 지도부 내의 관계도 엉망이다. 홍 최고위원은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전날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는 "국가안보나 국익문제에 부딪혔을 때 당파적 접근이나 인기몰이식 발언은 안 된다. 한·EU(유럽연합) FTA에 찬성하는 사람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종북(從北)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남 위원장을 '종북주의자'로 몰았다.
이에 남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서 "(나를)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집권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시대착오적 발언과 발상"이라며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남북 관계 화합으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엇나갔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정부 대북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두 의원은 온갖 악재에 노출된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에서 벗어나려 독자적 행보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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