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실과 동떨어진 기초생활보장법 빨리 고쳐라

부양 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형편과는 상관없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해 고통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정이 매우 어려운데도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데도 기준을 충족해 혜택을 보는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례의 전형이자 행정 편의주의의 한 단면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09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자 중 부적합 탈락자는 모두 9만 7천474명이다. 이 중 '부양 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사례만도 전체의 32.6%인 3만 1천856명에 달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때문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많은 빈곤 세대들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수급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부양 의무자가 있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빈곤 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부모 봉양에 대한 자식들의 의무감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요즘 세태도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보완해야 할 법 규정은 전혀 바뀌지 않고 손쉬운 대로 기준에 꿰맞춰 수급자를 선정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이자 후진 행정의 표본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 잘못된 기준 때문에 수급 혜택을 봐야 할 국민들이 방치된다면 결코 복지 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 법 개정을 마냥 미뤄 빈곤층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친서민 정책 기조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실정에 맞지 않는 기준은 빨리 고치고 불합리한 점은 최소화해 저소득층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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