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올해 의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까지 방학에 들어갔다. 7월 개원한 시·도의회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난 1년간 살림살이를 평가하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는 예산 심사를 하며 견제기구로서 역할을 했다. 초선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사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초선의원인 이재녕 대구시의원과 한창화 경북도의원으로부터 6개월간의 의정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문화·복지 예산 누수 심해"…이재녕 대구시의원
이재녕 대구시의원(남구)은 문화와 도시개발 분야에서 남다른 식견을 자랑한다. 남구문화원장과 대덕문화전당 관장을 지냈고, 도시개발 분야에서 오랫동안 CEO로 재직한 덕분이다.
문화복지위에서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사를 경험한 이 의원은 "공무원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다른 시·도에서 하지 않았으면 채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생각을 초선의원이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화와 복지 분야 예산 배정에도 불만이 많았다. "문화와 복지 분야 예산을 보면 금액은 많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이 잡혀 있어 20~30%가량 누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복지 예산의 경우 적재적소에 예산을 사용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 안에서도 힘 있는 부서는 예산을 많이 받고, 힘이 없으면 예산도 적더라"고 말했다.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대구시의 자세도 지적했다. 자료를 주지 않거나 너무 늦게 준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사무감사를 코앞에 두고 자료를 보내니까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전문위원이 질문까지 만들어줘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범어지하상가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김범일 대구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고, 시가 직영하는 요양보호시설의 근무자들이 받은 수당이 민간시설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해 똑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공무원이 의회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겉으로는 의원들에게 순종하는 듯해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의 예산 관련 자료에 대해 "예산 편성 과정까지 자료에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사용 내역을 자세하게 기록하지 않아 별도의 자료를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의 의정 활동은 보람과 능력의 한계를 동시에 느끼고 대구시 전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행정사무감사 기한 없애야"…한창화 경북도의원
한창화 경북도의원(포항)은 기계 제조업 분야에서 20년 동안 CEO로 활동했다. 업무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돈의 흐름에 민감한 경영자로서의 습관이 의정 활동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는 평이다.
그는 "경영의 관점에서 행정을 보니까 온통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심하더라"며 "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하며 도와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니까 마음이 좀 편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특유의 깐깐함(?)과 원칙을 바탕으로 농수산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했다. 그는 "정책이 꾸준히 집행되지 않고 중간에 끊어지는 경향도 많았고, 당초 계획했던 성과를 낼 때까지 관리를 해야 하지만 실제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또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도 봤지만 나태한 공무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경북도의 입장에서 정책을 살펴볼 방침이다. 그래야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의회 입장에서만 보니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행정사무감사의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수시로 행정사무감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의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와 의회 간 관계에 대해 "도에서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않더라"며 "토론과 충돌을 거치면서 도와 의회와 함께 방향을 잡아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예결위에서 경북도가 국제과학비스니즈 벨트 유치 예산 2억원을 책정한 것을 두고 "12월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경북도가 유치전에 뛰어들기에는 예산이 너무 적다"고 지적해 10억원까지 증액했다.
이창환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