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키리크스, 판도라 상자 열다.
지난 11월 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5만 건에 달하는 미국 외교전문을 폭로,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국무부가 유엔 고위관료들의 생체정보 수집을 지시한 일이나 각국 주재 미국 대사들이 해당국 지도자들을 '무능한 인물' 등으로 묘사한 것이 공개되면서 반대파와 옹호파 간의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다.
◆아이티 지진, 파키스탄 대홍수 등 지구촌 자연재해
올해는 유독 대규모 자연재해가 많았다. 2010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는 중앙아메리카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월 12일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지진으로 23만 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부상했다. 다음달 칠레에도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국토의 5분의 1을 침수시킨 홍수로 1만7천여 명이 죽었다. 4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 '항공대란'이 일어났고 인도네시아는 화산폭발, 지진, 쓰나미를 한 번에 맞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최악의 환경재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가 지난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발생했다. 마콘도 유정에 설치된 영국 BP사의 원유 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폭발이 원인이었다. 현장에서 11명이 사망했고 약 490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됐다. 사고 발생 85일 만에 원유유출이 차단됐지만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었다. 산업재해는 물론 해양, 습지 생태계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정이 5개월 만에 밀봉됐지만 여전히 재앙은 진행형이다.
◆유럽 재정위기, 긴축 파동, 아시아 세계 경제회복 주도
유럽 진영의 재정위기가 전세계를 괴롭혔다. 그리스가 1천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자금을 받은 데 이어 아일랜드도 연말을 기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대국으로 불길이 번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도 2차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자금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 대규모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화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전 세계가 반발하는 정책이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 경제국은 세계 경제 회복의 중심 축으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과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페이스북은 출범한지 불과 6년 만에 가입자 6억 명을 돌파했고 트위터 회원은 2억 명에 육박한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로 떠올랐다. 이는 소셜 커머스 등 새로운 마케팅 혁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전세계인의 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크버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고 관련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남아공 월드컵
2010년 월드컵은 사상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렸다. 그러나 수많은 우려와 편견을 극복해야 만했다.
월드컵경기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세계 언론은 과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국제 축구경기를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경기장이 제때 완공될 수 있을까' '악명 높은 폭력범죄를 철저히 예방할 수 있을까' 등 숱한 외부인들의 의심과 불신을 안고 남아공 월드컵은 막을 올렸다. 경기 초반 사소한 마찰이 없지 않았으나 4주간 열린 남아공 월드컵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태국 레드셔츠 시위
지난 4~5월 태국 수도 방콕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 레드셔츠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고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진압 작전에 나섰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과정에서 91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참사로 이어졌다. 국왕도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레드셔츠는 5월 19일 군부대의 진압 작전이 시작되고 나서야 해산했다. 당시 수도 방콕과 주변에 내려졌던 비상사태는 몇 달이 지난 후에야 해제됐다.
◆칠레광부 매몰 69일 만에 생환
지난 8월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이 매몰되면서 지하 700m 갱도에 갇혔던 33명의 광부들이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몸소 보여준 사례로 세계는 구조캡슐을 타고 올라오는 광부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환호했고 살아돌아온 광부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경험 많은 광부들의 리더십과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바탕으로 긴 시간을 버텼던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이들의 영웅담은 영화, 책 등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 대량 리콜 파문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 경제 몰락의 신호탄인가. "회사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동안 안전제일주의를 소홀히 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연방 고개를 숙였다. 일본 산업의 품질신화를 상징하던 도요타는 지난해 11월 426만 대 리콜에 이어 올해 1월 21일 230만 대 리콜을 발표했다. 2월에는 일본 첨단기술의 정수를 집약했다는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마저 브레이크 결함으로 44만 대를 리콜했으며 이후에도 픽업트럭 등의 리콜사태가 이어졌다.
◆中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수상, 중국 반발.
노벨위원회가 수감 중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죄인인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사법주권을 침범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수상은 수상자가 참석하지 않는 채로 열렸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그의 석방과 함께 중국의 인권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이끈 류샤오보는 2008년 민주화 요구를 담은'2008 헌장'발표를 주도해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내
◆북한의 잇단 군사도발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이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다국적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은 5월 20일 "천안함은 북한의 연어급 소형 잠수함정이 쏜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천안함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라는 도발을 또다시 감행했다. 76㎜ 해안포와 122㎜ 방사포를 동원한 북한의 두 차례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도 사망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北, 3대 권력 세습 공식화
북한은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데 이어 조선노동당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3대 세습 체제를 구축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조롱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세습 성공 여부는 김정일이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엇갈린 지방선거 결과
6월 2일 치러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곳에서 승리한 반면 민주당은 7곳, 선진당은 1곳, 무소속은 2곳에서 승리했다. 또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야권은 146곳에서 승리, 82곳을 확보한 한나라당을 앞섰다. 하지만 두 달도 안 돼 치른 7·28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5대 3으로 이겨 정치권은 급변하는 민심의 무서움을 실감해야 했다.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정부는 1월 11일 행정부처를 옮기는 대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세종시를 건설하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새로운 세종시는 산업과 연구기능을 대폭 갖춘 자족형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권 지도부는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권 및 충청권 설득 작업을 펼쳤으나 결국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05명, 반대 164명으로 부결됐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취임 10개월여 만에 사임했다.
◆4대강 정비사업 논란
2008년 말 착공된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토 균형 발전과 치수를 위해 불가피한 사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가운데 야당과 종교계 일각,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4대강 죽이기라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경남도는 4대강 사업권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경남도는 4대강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며 사업권 회수를 선언하자 경남도가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것. 또 12월 8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4대강 예산이 대부분 통과되자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다.
◆뜨거운 밀양 신공항 유치 열기
동남권신공항 선정을 둘러싼 유치전이 치열하다.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주장하는 부산에 맞서 대구와 경북·경남·울산은 공동전선을 형성해 밀양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밀양신공항 유치 염원은 뜨겁다. 동남권신공항 밀양 유치 서명에 참여한 대구·경북·경남·울산 시·도민은 5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입지 여건에서도 밀양이 가덕도를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밀양이 가덕도보다 유리하다는 것.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신공항 입지결정이 몇 차례 연기되고 있어 정부가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잇단 FTA 타결
10월 6일 한·유럽연합 FTA가 정식 서명돼 내년 7월 발효 예정이다. 12월 3일에는 미국과의 FTA 추가협상도 마무리됐다. 추가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 기간과 복제의약품 제조·판매 기간을 연장하는 반대급부를 얻어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FTA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추가협상 과정에서 이익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있어 향후 국회 비준동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구제역 확산
구제역으로 경북의 청정 한우벨트가 초토화되고 있다. 11월 29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12월 5일 예천, 7일 영양, 10일 영주로 확산된 데 이어 15일에는 경기 양주·연천 지역으로 퍼졌다. 급기야 22일에는 강원도 평창·화천·춘천에서도 구제역이 발병했으며 23일에는 횡성과 원주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됐다.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이유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이 멈추지 않자 예방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G20 정상회담 개최
G20 정상회의가 11월 11,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신흥경제국가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20개 경제대국을 모아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 글로벌 환율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서울에 모인 20개국 정상들은 1박 2일의 짧은 시간 동안 경상수지 가이드라인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선 등에 관한 합의를 담은 서울선언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책임을 담은 개발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외신들로부터 대한민국의 지위가 한 단계 격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
올 한 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바로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 치킨'이었다. 지난 9월 이마트가 시중가의 절반 수준으로 피자를 판매한 데 이어 12월 9일 롯데마트가 시중가의 3분의 1수준인 5천원짜리 통큰 치킨을 선보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거대유통자본은 또한 동네마다 SSM을 진출시켜 골목상권을 다 잡아먹는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대형마트와 SSM를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법과 상생법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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