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북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경북도의회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참신했다. 지방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방의회도 '단체장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정한 견인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도의회는 21일 새벽에 끝난 계수조정소위에서 경북도가 제출한 내년 예산 5조 4천509억 원 중 일반회계 122억 원, 특별회계 15억 원 등 137억 원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 배정을 연계해 감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북도 산하 기관은 어김없이 예산을 삭감했다.
이는 도의회가 밀도 있는 예산 심사를 통해 도민의 혈세를 절약한 것으로 지방의회의 기능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행기관이 제출한 예산은 보통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사업 규모를 부풀리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엉뚱한 항목에 끼워넣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항목에 교묘히 숨기는 방법으로 예산을 많이 따내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북도의회는 모범이 될 만하다. 특히 단체장과 특정 정당이 장악한 의회가 충돌하고 있는 일부 지방의회처럼 예산 심사에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예산 심사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때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간의 소모적 대립으로 도정(道政)이나 시정(市政)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희망적인 사실은 예산 심사를 하면서 도의원 모두 자신의 지역구를 위한 예산을 증액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삭감을 당한 당사자마저 놀라게 하고 있다. "예년에는 계수조정소위 막바지에 도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됐지만 올해는 증액할 때마다 경북도의 의견을 수렴, 지역구 예산을 한 건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 경북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구시의회도 도의회의 이 같은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도의원들과 달리 시의원들은 예산 심사 막판에 지역구 예산을 대폭 증액시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삭감액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삭감된 대구시 예산은 5조 3천608억 원 중 42억 3천900만 원으로 도의회 삭감 규모의 3분의 1수준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사업 내용이 달라 삭감 규모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역구가 아닌 대구시 전체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고 예산 심사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은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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