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대, 지역의 자존심 지키는 대학 돼야

경북대의 위상 추락이 심각하다. 대구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당할 위기에 있고, 칠곡 복합의료단지 사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입시에서는 야심 차게 내세운 학과들이 미달 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 상황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경북대 병원 응급실이 지난 11월 4세 여아에 대해 적절한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 취소가 되면 응급의료기금 지원을 받을 수 없고, 환자로부터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수 없어 연간 10억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이전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칠곡 복합의료단지 사업에도 타격을 준다. 경북대는 의료단지에 재난 외상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이 사태로 센터 설립지 후보에서조차 탈락할 위기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로서의 대외적 위상 추락은 끝이 없다. 올해 신설한 모바일 공학과는 삼성전자 취업과 전면 장학금을 내세웠지만 가군에서 미달됐다. 간판 학부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 신설한 글로벌인재학부 자연계열은 2년 연속 미달했다. 다소 높은 지원 자격도 한 원인이지만 그만큼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위기는 경북대가 자초했다. 과거의 영화에 매달려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입시에서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했지만 경북대는 이에 무감각했다. 국립대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구성원이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변화에 둔감하고, 홍보나 입시 전략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

경북대는 지역 대학 교육의 자존심이다. 경북대가 추락하면 지역의 위상도 함께 추락한다. 경북대는 지역의 타 사립대가 경북대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푸념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 경북대가 10위권 후반에 위치하고 있는 이상 다른 지역 사립대의 상승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많은 인재가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법인화가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북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늦은 만큼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지역에서는 최고의 명문이니까라는 안일한 자세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스스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경북대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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