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팜므 파탈'마를렌 디트리히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치명적인 여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문학이나 영화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남자를 유혹해 파멸시키는 요부(妖婦)를 가리킨다. 영화사에서 이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로 1930, 40년대 섹스심벌 마를렌 디트리히가 꼽힌다.

1901년 오늘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19세때부터 연기를 했지만 여배우로는 한물간 나이인 29세에 비로소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 작품이 요제프 폰 스텐버그 감독의 '푸른 천사'(1930년). 근엄한 대학교수가 서커스단 가수에 빠져 파멸한다는 내용으로, 그녀에게 요부 페르소나로 확고한 명성을 안겼다.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 게리쿠퍼와 공연한 '모로코'로 미국에서도 대스타가 됐다. 2차 대전 때는 히틀러의 구애 공세를 뿌리치고 연합국의 반나치 선전에 나섰으며 연합국 병사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펴기도 했다. 이때 부른 노래가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 양심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명곡 '릴리 마를렌'이다. 자기관리가 철저해 70세가 될 때까지도 매력적인 각선미를 유지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글래머한 할머니'로 불렸지만 사진 촬영은 철저히 거부했다. 1992년 5월 수면제 과용으로 사망했다. 자살이라는 설도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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