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구제역이 첫 발생한 안동시 와룡면 양돈단지에서 구제역 확진 이전인 10월 말과 11월 초에 두 차례에 걸쳐 돼지가 수십 마리씩 집단 폐사했으며 신고 없이 매몰처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안동경찰서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일부 양돈 농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집단 폐사한 돼지 수십마리를 매몰처분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돼지 매몰 경위 및 매몰 돼지들이 구제역 증상을 보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와 더불어 이 양돈단지에서 구제역 발생 이전 수백마리에 이르는 돼지가 집단 폐사하고 매몰됐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양돈단지 사료공급업자는 "구제역 발생이 발표된 날부터 약 한 달 전 단지 내에서 한꺼번에 수백마리씩 돼지가 무더기로 죽어 피해 농가가 그냥 땅에 묻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단지에서 발생하는 축분을 처리하는 업자도 "당시 돼지가 1천여 마리 정도 폐사하면서 이전 달에 비해 축분 발생량이 거의 30%에 이르는 20여 트럭 분량이나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근 양돈농가는 아예 "10월 말쯤부터 문제의 양돈농가와 함께 폐사된 돼지를 여러 차례 같이 땅에 묻은 적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양돈농가는 초기 역학조사에 나선 검역원에게 이 같은 돼지 폐사 및 매몰 처리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 폐사해 매몰처리된 돼지들이 구제역에 걸렸다면 구제역 발생 시기가 지금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겨지게 되고, 당국의 구제역 방역 대책도 겉돈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등 방역 당국은 첫 구제역 발생 당시 감염경로 등 발생 원인에 대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단지 내 농가 3명에 의해 베트남 구제역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역대책본부는 문제의 양돈 농가가 베트남에서 귀국한 날짜인 11월 7일을 기점으로 구제역 잠복기(7∼14일)를 따져 초기 차단방역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시기가 지난달 29일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경우 방역선이 설정되기 이전에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구제역 방역 대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방역선을 넘어 곳곳으로 퍼져나간 상황에서 당국의 방역 활동이 뒤를 따라가는 데 그쳤고, 이것이 구제역 초기 차단의 실패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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