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미래는 베네수엘라에 있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한 말이다. 바로 엘 시스테마라고 불리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에 대한 찬사다.
1975년에 시작해 35년 동안 30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이들 가운데 60% 이상이 불우 환경 출신이라는 엘 시스테마 덕분에 베네수엘라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6월 현재 통계로 교육받은 학생 숫자 29만7천여 명, 담당 교육자 6천여 명, 청소년 오케스트라 145개, 어린이 오케스트라 156개, 실내악 앙상블 363개, 장애아 특수교육 프로그램 20개 등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엘 시스테마를 배우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내년 1월 중 시찰단을 파견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엘 시스테마를 후원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인 곽승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이 베네수엘라를 방문, 연주회를 갖는 내년 1~2월 사이에 시찰단을 파견해 이 시스템의 한국 접목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이 방문에는 대구시향 관계자도 동행한다. 이에 앞서 곽승은 이달 25일 미국으로 향했다.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라는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다. "음악은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다"는 신념의 소유자인 그는 오케스트라 설립자이자 지휘자이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유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1988년부터 1994년까지 베네수엘라 문화부장관과 국가문화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또 올해 서울평화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엘 시스테마의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독신인데다 성직자와 같은 생활을 하는 탓에 베네수엘라에서는 성직자 이상으로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있던 1992년 아브레우 박사의 초청을 받아 베네수엘라로 가서 엘 시스테마 후원에 나선 곽승 감독은 지난 18년 간 1년에 두세 차례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지휘자 양성과정인 마스터코스와 콘서트 지휘 등의 활동을 했다. 그리고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유네스코 파리 공연을 인솔하기도 했다. 그는 "엘 시스테마가 음악가를 배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음악을 통한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고 그 부수적인 결과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승 감독은 이어 "엘 시스테마는 사랑과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류애로 뭉친 운동"이라며 "이제는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자랑거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모방의 모델이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엘 시스테마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을 건전하게 성장시키는데 성공한 만큼 한국식으로 정착시키고 제도적인 지원 체제만 갖춘다면 한국식 엘 시스테마도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위주의 활동이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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