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각종 전시공연시설들이 있고, 여기에는 시설 운영을 위한 인력이 있다. 대구시청이나 구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도 있고, 공연'전시'기획'홍보 등을 위해 채용한 전문 계약직 공무원들도 있다.
전시공연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수다. 그러나 대구시문화예술회관, 오페라하우스 등을 비롯해 많은 문화예술 시설들에는 파견 나온 일반직 공무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전문지식과 식견, 장기비전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공연장 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 계약직 공무원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권한이 거의 없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문직이 아무리 전문성을 강조해봐야 파견 나와 있는 일반직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헛일이다. 몇 가지 규칙이나 방침, 법규를 들어 '안 된다'고 하면 그뿐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1996년 관장직을 개방형으로 바꾼 이래 외부 전문가를 관장으로 선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시적으로 관료 관장체제로 바꾸고, 현 박창대 관장을 발령했다. 박 관장은 평생을 대구시 공무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대구시가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관료를 대구문화예술회관장으로 발령한 것은 조직내부의 알력, 방만하게 운영되는 조직 재정비 등을 위해서였다. 외부영입 관장 체제로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다수 문화예술인들도 한시적으로 관료 관장체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대구시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박창대 관장은 (평가야 엇갈릴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씁쓸하다. 박창대 관장이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산적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 오직 그의 능력 덕분인가? 물론 박창대 관장의 친화력과 리더십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러면 그 이전의 전문직 관장들이 리더십과 친화력을 발휘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은 무능하고 속이 밴댕이처럼 좁았던가. 대구시가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시적으로 관료관장체제로 가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 어째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고개를 끄덕였을까.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 조직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영입한 관장이 지시하면 일반직 공무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관장들마저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일반직 공무원이 전문 계약직 공무원의 '밥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수장이라는 관장이 그럴진대 전문직 하위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직 공무원들에게는 '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쓸 만한 아이디어를 내고, 뛰어다녀도 일반직 공무원의 "안돼!" 한마디면 끝이다.
한 전문 계약직 공무원의 말이다.
"예전에 별정직 혹은 특채로 채용되어 정년까지 가는 몇몇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해서 근래에 공연장의 채용된 전문 인력들은 2, 3년짜리 계약직입니다. 정부미를 먹고 있지만 공무원 틈바구니에서 시집을 살며, 의사결정권이 없고, 라면을 끓이려고 했는데 라볶이'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전문직을 채용하고도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기는커녕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혈세낭비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문화예술인의 목소리가 무시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나쁘기까지 하다.
조두진(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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