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논술고사는 어디로 갈까?①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직업은 2만 개가량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학부모가 알고 있는 직업은 20개가량이라고 한다. 학부모가 자식들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어둡고, 또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20개 정도 되는 직업에 들기 위해 학생·학부모 모두가 매달린다. 의대에 가기 위해서 몇 년을 반복해서 입시를 치르기도 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10년을 고시생으로 산다. 그러한 투자가 산출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극히 소수만이 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찾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열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자기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논술에 대한 하나의 오해 때문이다. 논술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을 논술로 선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해마다 반영 비율이 달라지고, 선발 인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학별, 전형별 인원을 제시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듯하다. 나아가 그런 성격을 지닌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해 특정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발고사의 근본 취지이다. 그게 다양성이다. 대학입학사정관제가 미래형 제도이긴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그 제도로 선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수학능력시험에 강한 학생, 내신시험에 강한 학생, 잠재력과 창의성 그리고 인성을 갖춘 학생, 논리력과 비판력 그리고 문제해결력을 갖춘 학생 등을 모두 개별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이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은 다양성이 힘을 지니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대한민국 대학이 선발과 관련한 쓸데없는 오해를 받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하다. 논술고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오해를 받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형을 담당한 대학의 문제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논술교육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한국형 논술과 서구형 논술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대학별 논술고사가 2008년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로 정착하면서 나름대로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대학별로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특정 주제와 관련된 제시문이 있고, 제시문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논제가 제시된다. 논제는 분리형으로 제시되거나 통글형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다음에 자세히 다를 예정이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논제는 대부분 다음의 유형과 관련되어 있다.

①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요약하라.

②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나)를 비판하고, (나)의 관점에서 (가)를 비판해 보라.

③두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 중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여, 그 입장에서 주어진 와 를 설명해 보라.

④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라.

①은 제시문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고 비교하는 유형이다. ②는 제시문의 관점을 파악하고 다른 관점과의 연관을 묻는 유형이다. ③은 자신의 관점을 선택하고 그 관점으로 자료를 분석하는 유형이다. ④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묻는 유형이다. 잘게 분리된 이러한 개별적인 논제로 인해 대한민국 논술은 논술이 아니고 단지 주관식 문제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그들이 그렇게 평가하는 기준은 아무래도 서구의 논술고사 유형일 터이다. 서구의 논술고사 유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른바 한국형 논술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