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다른 이의 발자국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사하라를 달리는 걸 흔히 죽음의 레이스라 부른다. 말은 맞는 말이다. 재수 없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뒤로 자빠져서 코가 깨질 확률보다 낮다. 그보다는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치르는 레이스라 힘들다고 말할 순 있다.
##한국인 끈기 어디서나 인정
나는 내가 이런 오지레이스의 한국 에이전트지만, 대회에 관해서 거짓말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한국 사람의 오기와 끈기라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구나 오지레이스에서 완주가 가능하다. 마치 자기 아니면 안 되는 양 부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때에 따라선 듣는 사람이 민망할 수가 있다.
힘들면 힘든 거고 좋으면 좋은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몇 번 다녀오고 나서 마치 다 이룬 것처럼 떠들지 말자. 세상에는 어느 분야건 진짜 숨어 있는 극강의 실전 고수들이 존재한다. 나도 대회에서 나보다 몇 배 앞서가는 고수를 만나면 국적 안 가리고 무조건 선배로 모신다.
지금의 한국 스포츠 세계를 보면 거짓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영웅처럼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사람은 모두 다 같을 수가 없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는 한 오지레이스 세계에서는 안 통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똑같다. 절대로 거짓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오지레이스에 참가해 보면 정말로 예측 불가능한 코스가 수시로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몸의 한계가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힘들기에 달리면서 갖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코너 돌면, 저 언덕 넘으면… 있겠지?'라는 예상을 해보고 기대를 품고 달리지만, 실상은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무지막지한 코스가 펼쳐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도 그때까지 버틴 노력이 아까워 '조금만 더 가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란 희망으로 이를 악물고 나아간다. 하지만 만약 그때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은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인생도 사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 어느 순간 고비가 찾아오는데 그때 정신 차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대회에서 완주를 할 수 있듯이 인생에서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가 있다. 항상 긍정적이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악착스러움이 결국 보다 나은 인생의 완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무도 없는 거친 황무지를 달린다 해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계속적인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며 책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는 사막으로 시작해서 사막으로 끝난 한 해였다. 사막을 달리는 사람으로 MBC 경제 매거진 신년호 표지모델로 포문을 열고, EBS '세계테마기행, 오만-와히바 사막'으로 시청률 대박을 치고, '하이-크레이지' 저서 출간(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 교양도서), 타클라마칸 사막 울트라 완주, 마지막으로 사막화 문제를 다룬 환경 다큐멘터리 '지구생존, 사막에서 길을 찾다'로 또 한 번의 시청률 대박 행진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고난 이기면 희망이 현실로
전 세계를 싸돌아다니면서 힘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그 어느 해보다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실속이 있었다고 봐야겠다. 그 중 가장 커다란 수확은 이제는 사회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있어 포지셔닝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대한민국 사회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이 있다. 그나마 올 한 해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서 힘이 생긴다. 10년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또 많이 당하고 이제야 비로소 버틸 수 있는 뿌리가 자라난 느낌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보다 뻔뻔하게, 보다 강하게, 보다 실속 있게, 보다 공격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삭막한 이 사회에 오지레이스를 통한 새롭고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문화를 꼭 정착시키고 싶다.
"I have a dream."
나는 작은 꿈이 하나 있다. 내가 보고 느끼고 좋았던 추억과 경험들을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작은 꿈이 있다.
나는 믿고 있다. 사람들이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는다.
나는 싸우고 싶다.
기존의 전문가를 가장한 꾼들이 자기만을 위해서 만들었던 틀과 장벽을 부수고 모두가 다 함께 즐기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싶다.
나는 철칙이 있다. 오지 레이스에서 약은 짓 하는 자, 다른 한국인 이용하는 자, 한국 이미지 먹칠하는 자,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자에겐 용서가 없다.
"I have a dream."
사막에서 펄럭이는 표지 깃발처럼 오지레이스에 도전하는 모든 이의 길잡이가 되는 게 내 최고의 꿈이다.
누군가 나에게 사막이 어떠냐고, 오지가 어떠냐고, 왜 거기서 달리냐고, 당신의 인생에 있어 어떤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nothing, but everything."
여름부터 총 12회에 걸친 나의 오지레이스 이야기를 위해 지면을 제공해준 매일신문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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