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더 엠프티 디지털 바디(The Empty Digital Body)

리우 지음/주노아트 펴냄

작가 리우는 독특한 조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컴퓨터 본체를 해체해서 얻어낸 수많은 철판과 조각 수천 개를 다시 이어 붙여 사람의 형상을 만든다. 때로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로봇이 태어나기도 한다. 현대 문명의 상징인 컴퓨터에서 나온 폐철이 다시 사람의 형상으로 거듭나는 작품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지하차고, 시골 재실, 우사, 산골 등 변두리 작업실을 전전하며 꾸려온 작가의 예술 이야기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교한 테크놀로지인 컴퓨터를 망치로 두드리고 있으면 묘한 쾌감이 몰려온다. 이 무식한 작업 앞에 테크놀로지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지독한 아이러니인 것만 같다'는 작가의 독백은 예술작품에 한 발짝 쉽게 다가가도록 만든다.

시골에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도 읽을 수 있다. 멧돼지, 지네, 고양이, 무당벌레, 청솔모, 까투리, 너구리 등 동물들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작가는 예술에 대한 감성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나누어준다. 160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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