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상금 줄테니 비번 불러라" 구제역 보이스피싱 극성

구제역 사태로 한우 50여 마리를 살처분한 축산농 김호식(67·안동시 와룡면) 씨는 29일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통장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정부에서 보상금 지급을 서두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50%를 선지급 받은 상태여서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전화한 곳이 어디냐, 이번에 지급하는 보상금은 무엇이냐"는 등 꼬치꼬치 되물었고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런 대답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동시 서후면에서 손자손녀 3남매를 공부시키기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한우 31마리를 땅에 묻은 박분이(70) 할머니도 최근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박 할머니는 "농·축협이라 하면서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가까운 은행 현금지급기로 가서 알려주는 대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누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행정기관이 피해 축산 농가들에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금 50%를 선지급하고 생활안정자금을 신청받아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노린 '구제역 보이스 피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안동봉화축협에는 29일 하루에만 보상금이나 생활안정자금 지급을 핑계로 금융자료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의 조합원 문의 전화가 수십여 건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안동봉화축협은 이날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가축을 살처분한 조합원 가운데 휴대전화를 가진 축산농가 990여 명에게 '구제역 보상금과 생활안정자금을 핑계로 한 전화 사기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안동시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는 "살처분 보상금이나 생활안정자금은 축산농가들과 협의를 거치고 신청을 받아 통장으로 일괄 입금하고 있다"며 "이를 핑계로 현금자동지급기로 유인하거나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묻는 것은 모두 전화 금융사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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