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대구경북 정치권은 중앙 무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위상이 추락하는가 하면 지역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상득 의원 등 지역 출신 '실세'들이 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면서 집권 여당의 주요 당직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는 등 정치적으로 불운한 한 해라는 평이다.
◆6·2지방선거 야권 약진=6·2 지방선거에서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나란히 재선에 성공했다. 김 시장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던 서상기 의원이 갑자기 포기하면서 사실상 무혈 입성을 했다. 지난 선거에서 당내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던 때와 달리 '나홀로 선거'를 치르다시피 했다. 후보 결정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뚜렷한 대안 없이 김 시장 흔들기에 나서면서 뒷말도 무성했다. 도지사 선거의 경우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경선에 나섰지만 김 지사 대세론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방선거는 야권의 약진이라는 뜻밖의 결과도 나왔다. 대구 기초단체장은 8명 중 2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경북은 23명 중 6명이 무소속으로, 1명이 미래연합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한나라당=당선'이라는 등식이 깨진 것이다. 특히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에서 김문오 무소속 군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또 국회의원과 해당 지역 단체장 간 갈등 양상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구 수성구, 문경, 영주, 경산, 경주, 칠곡 등지가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수성구의 경우 김형렬 전 수성구청장과 주호영 의원 간 갈등이 회자됐고, 문경은 신현국 시장이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한성 의원과 갈등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영주는 장윤석 의원이 김주영 시장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 시장이 동정론을 등에 업고 당선됐고, 경산도 최병국 시장과 최경환 의원 간 갈등으로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겪었다. 경주와 칠곡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몇몇 지역은 지금까지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PK 천하 TK 소외=한나라당과 국회 권력을 부산경남(PK) 정치권이 장악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은 철저히 소외됐다. 여기에는 지역 정치권의 분열도 한몫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정의화 국회부의장,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서병수 최고위원 등 국회와 여당의 지도부를 PK가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상대적으로 대구경북 정치권은 맥을 못췄다. 4선인 박종근(대구 달서갑) 이해봉(대구 달서을) 의원이 국회부의장 경선을 앞두고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선거에서 졌다. 이명규 의원은 전국중앙위원회 의장 선거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고, 주성영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지역 몫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친박인 부산의 서병수 의원에게 밀려 중도 포기를 했다. 친이의 핵심인 이병석 의원은 한 때 사무총장설이 유력했지만 포항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발목이 잡혔다.
◆TK를 향한 공세=올해는 유난히 대구경북을 향한 중앙 정치권의 공격이 드셌다. 야권은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해 몸통을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상득 의원을 지목, 공세를 퍼부었다. 야권의 맹공은 성과 없이 끝이 났지만 대구경북에는 큰 상처가 났다. 이달 초 예산국회가 끝나자 야권은 '형님 예산'을 맹비난했다. '포항'이라는 지역이 포함된 모든 예산을 깡그리 형님 예산으로 묶어 호도했다. 이병석 의원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과 야권은 흠집 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TK 출신 대권 행보 시작=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들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권에서는 대구 달성이 지역구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영양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이재오 특임장관이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 심인고를 졸업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
대선이 TK끼리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한나라당 경선 승자가 유 원장과 최종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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