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절 바른 우리 아이 만들기] 꾸준히 배워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요즘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우리나라의 전통미덕인 예의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급격히 인터넷 문화가 번지면서 '예의'와 '예절'은 점점 더 우리사회에서 낯선 단어가 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를 대표해온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전통적 예절관이 상실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학교, 사회 등 총체적인 예절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절 바른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집 아이, 예의와 예절이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보자.

예절의 근본 정신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경애(敬愛)의 정신이다. 예의(禮儀)는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애하는 정신을 말과 행동으로 나타내는 공동체의 규정이나 관계를 말한다. 즉 서로 상대방에게 갖추어야 할 말투나 몸가짐 또는 행동 등이다. 범절(凡節)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말투나 몸가짐, 행동의 정해진 형식이다. 동양에서는 '예'(禮)라고 하며, 서양에서는 '에티켓'(etiquette) 또는 '매너'(manner)라고 한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도 예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의 바른 학생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창의인성교육과 황윤식 장학사는 "현재 대구지역 13개 초교와 2개의 중학교에 예절교육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아 예절 바른 학생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력과 인성은 학생교육의 양대축이다. 어린이들의 인성'예절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대구 경북은 인재의 산실, 선비의 고장이다. 따라서 예절교육 인프라는 타시도 어느 곳보다 풍부한 편이다. 대구향교를 비롯한 경북 각 지역의 향교에서도 방학기간동안 청소년 인성교육(충효교실)을 운영한다. 대구 담수회와 한국예절대학에서는 예절강사 교육과 학교방문 예절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예의 고장 안동을 중심으로 도산서원 부설 선비수련원과 영주 소수서원 청소년선비교육원, 안동예절학교 수련원 등이 설립돼 학생들과 선생님, 일반인들의 인성 및 예절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 학취서당

"子 曰 夫孝 德之本也 敎之所由生"(자 왈 부효는 덕지본야요, 교지소유생 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저 효라는 것은 모든 덕의 근본이요, 가르침이 이로 말미암아 생기는 바이니라고 하셨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6시 달서구 성당동 골목길에 위치한 학취서당. 학생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서당 안에 울려 퍼지고 있다. 운율에 맞춘 글읽는 소리는 아름답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어울려 '사자소학'과'효행록'을 능숙하게 읽고 해석하는 모습이 의젓하다. 말솜씨와 태도가 공손하다. 요즘아이들 같지 않다. 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한참 지켜보니 저절로 흐뭇한 마음이 든다. 학취서당은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학과 인성교육을 가르치는 현대판 서당이다. 도심 속의 서당이다. 2년째 학취서당에 다니고 있는 김수진(12'효성초교 5년'대구 달서구 상인동) 양은 "처음에는 조금 긴장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배울수록 재미를 느껴 1년반 만에 사자소학을 다 뗐다"고 말한다.

신수빈(14'대구동중 1년) 양은 수성구에 살면서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 버스로 갈아타고 거의 한 시간 만에 서당까지 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다 보니 한자급수 시험 정도는 별도로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아마 한문은 전교에서 1등일 거예요"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학취서당 학생들은 예절 바르다. 서당을 출입하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몸에 배었다. 이 같은 풍경은 이동진(56) 훈장이 엄격하게 예절교육을 시키고 있는 덕분이다. 이 훈장은 지난 1986년 학취서당의 문을 연 이래 25년째 초중고 학생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늘 천, 따 지…하는 천자문의 글자 가르치기가 아니다. 사자소학부터 시작하여 동몽선습, 명심보감, 논어, 맹자 등 사서의 과정을 거친다. 이 훈장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작하거나 수업 도중에도 수시로 "복장 바르게 하시고…" "예절 바르게 하시고…"하며 분위기를 다 잡는다. 호칭도 '자네' '하시게' '계시게' 등 존대어를 사용한다. 예절에 대해서도 "예절의 근본은 효"라며 "한학을 배우면 인간이 갖춰야할 모든 덕목, 즉 인성교육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반짝교육보다는 어릴적부터 수년 동안 꾸준히 반복교육을 하면서 인성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장동초교 예절체험센터

"학생들의 예절교육은 장동초교에 와 보라." 대구 달서구 장기동 장동초교는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예절교육 시범학교의 한 곳이다. 3년 전부터 교내에 예절교육체험센터(336㎡)를 별도로 설치하여 연중 운영하고 있다. 한복 입는 법, 차 마시는 법, 손님접대 등 전통예절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있다. 글로벌 예절은 지하철매너, 해외여행매너, 전화예절, 웃으면서 인사하기 등 다양하다. 예절체험교육은 장동초교 전학년을 비롯, 인근의 장기초교, 장산초교, 본리초교, 장성초교, 감천초교, 덕인초교, 월성초교 4, 6학년들이 실습을 했다. 장동초교 4학년 김예진(11) 양은 "체험교육 중 다도예절교육이 가장 재미있다"며 "한복을 갖춰 입으니 마음가짐도 공손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도예절을 담당하고 있는 학부모 신미영(41'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예의없는 아이들이란 말을 듣기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어릴 때부터 예절을 몸에 배게 하면 멋진 신사 숙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초교 권영숙 교장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은 정말 필요한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예절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두 번의 체험교육 만으로 그친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자연스럽게 예절이 몸에 배게 하기 위해서는 반복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것. 따라서 "예절교육의 정책도 2년만 되면 변경하는 시범학교 운영제도를 행동으로 습관화될 수 있도록 계속 교육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초교 학생들은 예절시범학교답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미소로 상대방을 대하는 '스마일운동'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 한국예절대학

대구시 중구 약전골목 수협은행 3층에 위치한 한국예절대학(학장 이무영)은 1998년에 개설됐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들의 예절교육은 물론 성인들의 예절지도사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심충현 사무국장은 "한국예절대학은 영남예절 중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격증취득자들을 대상으로 강사양성과정도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강 이남에서는 유일하게 자격기본법에 의거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국가등록 예절지도사 자격검정기관으로 등록돼 있어 소정의 절차를 거쳐 국가등록 자격증을 직접 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예절대학 서영희 실장은 22일 오후 3시 대구 수성초교에서 돌봄교실 1,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예절수업을 진행했다. 서 실장은 "대구시지역 학교를 순회하면서 특히 다문화가정과 특수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한복 바르게 입기, 절하는 법, 바르게 앉기, 언어예절, 친절교육까지 다양한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초교 조희자(55) 교감은 "일반학생들의 예절교육도 필요하지만 요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많아 우리의 전통예절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구향교 예절교실

향교는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교육 현장이다. 여름 겨울 방학때마다 학생들에게 충효교실을 열어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향교는 내년 1월 10일부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학과 예절교실을 운영한다. 초등학생은 1월 10일부터 일주일간 3개반 300명에게 사자소학과 생활예절을 가르친다. 선비생활 체험교실은 별도의 반을 편성하여 시범운영한다. 중학생은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동몽선습과 생활예절, 봉사활동을 배운다. 여성유도회가 담당하는 생활예절실습은 호칭과 절하기 등의 예절을 중점으로 한다.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학생은 실적에 따라 봉사활동 2시간 확인서도 발급한다. 초등학생은 24일부터 29일까지 명심보감과 생활예절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버릇없는 아이들을 어르신들에게 맡기는 것은 예의를 기르는 지름길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