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날로그의 대변신] 전화·라디오·액자

상대방 얼굴 보며 공중전회 통화·디지털 액자로 사진 관리

아날로그의 변신은 우표와 달력뿐 아니라 공중전화, 라디오, 액자, 책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음성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영상공중전화, 인터넷 라디오, 디지털 사진을 겨냥한 디지털 액자, 전자책의 등장은 아날로그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영상공중전화

과거 공중전화기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뤘던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휴대전화의 일상화로 공중전화 수화기를 붙잡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통계에 따르면 공중전화 이용률은 2001년 이래 매년 30%씩 감소하고 있으며 공중전화부스 또한 올해까지 전국 8만 대로 급감하고 있다. KT링커스 동대구지사 김지만 과장은 "공중전화 이용률 저하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중전화의 디지털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지하철 1~4호선내에 900만 대의 디지털 공중전화기가 설치돼 주요 기능인 지도 기능 외에 동전과 전화카드 대신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구의 경우 수성·성서경찰서에 영상공중전화기를 설치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대구지방경찰청 서동주(22) 상경은 "영상공중전화를 이용하면 가족, 친구, 애인을 가까이서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힘든 군 복무를 영상전화 한 통으로 깨끗이 해소해 주는 셈이다.

◆인터넷 라디오

주파수 휠을 돌려가며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요즘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MP3플레이어로 라디오를 듣는다. 영상매체의 발달과 3D산업의 호황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라디오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옛 영화를 되찾고 있다. 그 무기는 바로 인터넷 라디오다.

'콩, 미니, 고릴라, 레인보우….' 저마다의 예쁜 이름으로 청취자에게 다가온 인터넷 라디오. 깨끗한 음질뿐 아니라 영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손쉽게 사연과 신청곡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청취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뿐 아니다. 각 방송사에서 내놓은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청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 액자

초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받았던 선물 중 하나는 사진액자다. 단골 생일선물이었던 사진액자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필름을 사고 사진을 찍고 현상하기까지의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필름카메라 대신 찍을 때마다 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연결선 하나로 손쉽게 컴퓨터로 옮길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추억을 액자나 앨범이 아닌 컴퓨터 하드웨어에 보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을 겨냥해 새롭게 디지털 액자가 등장했다. 디지털 액자는 아날로그 액자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 다소 흠이지만 사진 몇 장을 저장한 메모리카드를 꽂으면 사진을 슬라이드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영상까지도 실을 수 있다. 그동안 컴퓨터 속에서 잠자고 있던 추억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전자책

아날로그 시대의 대명사 중 하나인 종이책이 스마트폰이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전자책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인터넷에 연결해 책을 다운 받아 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책 전용단말기(e북)를 이용하면 수십 권 분량의 책을 편리하게 볼 수 있다. 아이패드가 첫선을 보였을 때 가장 시선을 끈 것도 그 속에 든 책이었다. 최근 폐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읽는 전자책이 단연 화두였다. 국내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 교보문고 정상엽 대리는 "어디서든 쉽게 전송받을 수 있으며 많은 양을 간단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전자책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박완서, 박범신 같은 유명작가의 신간이 전자책으로 동시 출간되기도 했다.

책과 유아용 장난감을 결합한 '사운드 북'도 눈길을 끈다.'소리나는 책'은 누르면 '가나다…' 한글 음성을 들려줘 유아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서점가에는 '뽀로로 한글 박사' '보고 듣고 랄랄라' '뽀로로 에듀 사운드 북' 등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전자책의 디지털 편이성이 책의 향기와 책장을 넘기는 맛으로 대변되는 종이책의 아날로그 감성을 송두리째 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아직은 우세하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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