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세계 6위, 생산 기술 세계 5위….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사양산업'이란 꼬리표. 한국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섬유 생산설비 자동화율은 선진국 대비 35~55% 수준으로 떨어졌고 사람도 오지 않는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섬유도시란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대구경북 2천여 개의 사업장에는 평균 2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대로 섬유를 놓아야 하는가? 대답은 힘찬 '노'(NO)다.
섬유산업이 패션, IT와 융합할 때 시장과 성장 가능성이 무한대로 커지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섬유=사양산업'이란 공식을 깨고 '섬유=성장산업'이라는 등식의 중심에 대구경북이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다시 섬유다. 현재 지역 섬유는 '불임(不姙)산업'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섬유 2세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속속 업계에 뛰어드는 등 투자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통 섬유가 산업용, 스마트 섬유, 패션 의류와 결합되면서 시장이 확장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따라 맺어면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섬유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다시 섬유
섬유는 '로또'다. 지역 한 섬유인은 "A4용지 크기 만한 천에서 10만 원 이상 남길 수 있는 제품은 아마 섬유가 유일할 것"이라며 "좋은 원단을 하나 개발하면 10년은 먹고 사니 잭팟을 터트리는 거나 매 한가지"라고 말했다. 섬유에 한 번 손을 대면 쉽게 발을 빼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만큼 섬유가 '남는 게 많다'는 얘기다.
전국 지자체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외면했던 섬유산업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의 경우 1980년 중반 신발산업을 부흥시키면서 섬유소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부산은 조선, 해양, 자동차 등 세계 최고의 산업용 섬유 수요기업 밀집지역이며, 국내 최대 산업용 섬유 산지로서 제2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만 대우인터내셔널, DSR, 동양제강 등 500여 개의 산업용섬유 전문 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해 국내 산업용섬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울산 역시 산업용 섬유도시로 입지를 굳히고 있어 경남 전체가 세계적인 산업용 섬유의 메카로 우뚝 서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2010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에는 국내외 63개 기업 및 기관이 참가, 산업용 섬유만 130부스 규모로 들어서는 등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세계 최대 산업용 섬유 도시임을 입증시키기도 했다.
경기도 섬유 산업 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경기 북부 지역이 니트산업의 메카로 재탄생하고 있다. 박원호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경영지원본부장은 "섬유 산업은 전통적으로 부가가치와 인력 고용 효과가 커 지자체의 대표 효자 산업이었다"며 "산업용 섬유, 첨단 소재 등 앞으로 섬유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섬유산업 비상
이달 28일 대구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산업단지. 입주 업체 굴뚝마다 뽀얀 증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바둑판식으로 닦인 도로에는 화물트럭이 분주히 오갔고 인부들도 제품을 싣고 내리느라 바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부도 등으로 인해 경매절차를 밟는 '노는 땅'들이 더러 있었지만 최근 1년 새는 단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활기를 띄고 있는 것.
윤복중 염색산단관리공단 기획실장은 "섬유산업의 호황에 일감이 밀려들었고 스팀, 공업용수 요금 절감 등의 염색산단의 경영혁신으로 자체 경쟁력을 키운 결과"라며 "현재 대구 섬유는 생산 및 수출이 크게 늘고 설비 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표상에서도 지역 섬유 경기는 순항이다. 2001년 이후 작년 한 해 수출액이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섬개연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 지역 2011년 섬유산업 경기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섬유 수출은 28억7천만 달러(12월 말 추정치)로 전년대비 22.5%나 늘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된다. 연구원은 올 한 해 지역 섬유류 수출액도 30억7천여만 달러로 작년보다 7.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섬개연 장병욱 팀장은 "올해는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에 따른 선진국들의 소비심리 개선과 중국·베트남 등 후발개도국의 원부자재 수요증가, 그리고 업계의 R&D, 마케팅 활동 등으로 지역 섬유수출 증가세가 1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며 "새해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무형 투자도 활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투자 붐도 일고 있다.
지난 달 섬개연이 10인 이상 대구경북 섬유업체 10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설 투자실적 및 투자계획' 설문 조사 결과, 향후 3년간 신규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81개 업체(75.2%)였다. 신규투자액 규모도 예상액이 877억원으로 지난 3년간 투자된 513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투자 계획 시기는 대부분 새해 전반기를 택한 경우가 38개 업체(82.6%)로 가장 많았고 희망분야는 노후시설 개체 19개 업체(38.0%), 공정개선 설비 14개 업체(28.0%)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임금 인상 바람도 불고 있다. 이달 초 지역 섬유 CEO들은 모임을 갖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임금 20%를 올리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섬유는 대구의 자존심인데 저임금 구조를 깨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곧 임금 인상 붐이 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동수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은 "섬유산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위상을 재정립해 가고있다"며 "특히 섬유 1세대들이 2세들에게 가업을 잇게 하는 등 섬유산업이 불임산업에서 가임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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