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돌아도 축산물 값 폭락 없었다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구제역 발생에다 육류 가격 폭락까지 겹쳐 축산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경락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구제역 발생에다 육류 가격 폭락까지 겹쳐 축산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경락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전국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안동의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경북 전역으로 확산되다가 12월 들어서는 27일 강원도(횡성), 28일 충청북도(충주)까지 확산되면서 전국의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를 기피하면서 가격 폭락사태가 빚어지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번에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락가는 강보합세, 소매가는 불변

구제역 발생 이후 쇠고기와 돼지고기 도매시장 경락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 현재는 발생 전보다 오히려 약간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국 도매시장에서 경락된 한우의 평균거래가는 1㎏당 1만5천500원으로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달 29일(1만3천246원)과 비교해 17% 올랐다. 11월 28일 구제역 발생이 처음 보고된 이후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우 경락가는 지난달 18일 1만5천281원까지 올랐다가 이틀 뒤인 20일 1만3천928원으로 급락했다가, 24일에는 1만5천825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지그재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 경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가격도 11월 29일 3천887원이었던 것이 지난달 27일에는 4천466원으로 15% 인상됐다.

다만 소매가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등급 한우 갈비(500g) 평균 가격은 3만5천원으로 1개월 전에 비해 변동이 없었고, 돼지고기(삼겹살 500g)의 평균가격은 1개월 전 8천454원에서 29일 현재 7천821원으로 소폭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경락가가 매일 출렁이고 있는 것은 출하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걸리기 전 소나 돼지의 출하를 서두르려는 농민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과 2002년 구제역 발생 당시엔 축산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부가 도축물량을 제한하기까지 했지만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축산농가들이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구제역이 소고기, 돼지고기를 섭취하는데는 전혀 무방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 감소폭이 크지 않은 것도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설이 고비

업계에서는 앞으로 가격 급등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육류소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설 대목까지 겹쳐 축산물 수요는 늘어나지만, 상당한 두수의 소·돼지가 살처분되면서 공급은 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 선물세트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매년 명절마다 품귀 현상을 빚은 인기 선물세트인 한우 갈비세트의 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안전한 한우 확보에 비상이 걸린데다가 경락가도 계속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지역 유통업체 축산 담당 바이어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본격적인 선물세트 제작 시기에 들어가는 1월 중순이면 한우 세트의 가격은 더욱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구제역에 걸리기 전에 서둘러 도축하려는 농가들이 늘면서 1월 중순에는 공급이 크게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현재 살처분 대상은 소 6만2천 마리와 돼지 45만8천 마리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사육두수(소 330만 마리, 돼지 1천만 마리)의 4%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국식육협회는 지난달 16일 내년 3~4월 삼겹살 600g당 유통 가격이 현재 1만원 수준에서 2만5천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구제역 사태가 국내 젖소의 40% 가량을 사육하고 있는 여주, 이천, 양평 등 경기 남부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유제품 가격 상승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나 백신을 접종한 농가의 3㎞ 내에서 생산된 우유는 현재 전량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돼 살처분 대상 젖소가 늘어나거나 백신 접종 젖소가 증가할 경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우유는 물론이고 조제분유, 아이스크림, 버터, 치즈 등 유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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