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살처분장 침출수 '비상'…수질·토양 오염 우려

영천 한 마을 진입로 50여m 뒤덮어

방역 당국이 분뇨차로 영천의 한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를 뽑아올리고 있다. 민병곤기자
방역 당국이 분뇨차로 영천의 한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를 뽑아올리고 있다. 민병곤기자

구제역 예방을 위해 가축을 살처분 매몰한 곳에서 침출수가 대량으로 흘러나와 수질 및 토양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전국적으로 52만여 마리, 경북에서는 24만여 마리에 이르는 소와 돼지 등이 살처분 매몰됨에 따라 앞으로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로 인한 수질·토양 오염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침출수 유출로 문제가 된 매몰지는 경주 안강 종돈장의 위탁농장 돼지들을 지난달 25일 오후 10시쯤 영천시 고경면 한 지역에 살처분 매몰을 한 곳이다. 한밤중에 공무원 90여 명을 동원해 서둘러 살처분 매몰하는 과정에서 돼지 2천400여 마리를 가로 5m 세로 25m 크기의 한 구덩이에 묻는 바람에 27일부터 침출수가 넘쳐 마을 진입로 50여m를 뒤덮은 뒤 도랑으로 흘러들었다. 침출수가 유출되자 방역 당국은 매몰지 옆에 구덩이를 판 뒤 비닐을 깔고 배수관을 통해 한 곳에 모아 분뇨차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이미 침출수 상당량이 진입로와 도랑으로 흘러들었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어 수질과 토양 오염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동네 20여 가구와 아랫동네 40여 가구가 모두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질 오염 땐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루 빨리 상수도를 설치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히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한밤에 추위에 떨며 고생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마을 진입로와 도랑 옆의 매몰지 한 곳에 돼지 2천400여 마리를 묻은 것은 졸속처리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29일 오후에도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눈 녹은 물과 뒤섞여 마을 진입로로 흘러들었고 구덩이에 고인 침출수도 외부에 드러난 채 방치돼 있었다.

이에 대해 영천시 관계자는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우선 저수조를 만들어 침출수를 처리하고 있다"며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완벽한 침출수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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