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해머던지기

해머던지기는 아일랜드 타라(Tara) 지방에서 나무 끝에 박을 매달아 던진 것에서 유래한 후 기원전 2천년 나무 손잡이가 달린 쇠망치를 던지는 경기로 탄생했다. 쇠망치는 지금 겉이 철이나 황동이며 속은 납으로 채워진 금속구로 바뀌었다. 해머의 무게는 남녀가 다른데, 각각 7.257kg과 4kg이다. 연결선 길이도 남자는 121.5cm, 여자는 119.5cm이다. 지름 2.135m의 서클 내에서 하체를 고장한 채 머리위에서 두 바퀴를 먼저 돌린 후 다시 해머와 함께 몸을 3, 4회 회전시켜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투척한다.

대부분 선수들이 회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4회전 기술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선수들이 처음 시도했다. 투척선수는 몸을 빠르게 회전하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무거운 중량의 해머를 빠르게 회전시켜 구심력을 최대한 증가시켜야 한다. 마지막 회전에서 투척방향을 고려한 각도를 조절해 손잡이를 놓으면 해머는 구심력이 사라지고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회전하던 원의 접선방향으로 원심력에 의해 날게 된다. 물체가 회전할 때 구심력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기는 힘인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회전속도가 빠를수록 커지기 때문에 해머는 구심력의 크기에 비례해 원심력을 가지게 된다. 회전력에 의해 투척되는 해머의 중량이 높아 공기저항이 비교적 작게 작용하기 때문에 해머는 42~45도 범위의 투사각으로 흔히 던져진다. 해머던지기는 제2회 파리올림픽 때부터 실시됐다. 여자 종목은 장대높이뛰기와 함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해머던지기선수는 빠른 회전을 위해 적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밑창은 내마모성 화학처리를 한 특수고무를 사용하며 회전 중심 축 부분의 무늬를 없애 회전력을 최대한 살리는 신발이 개발되어 있다.

회전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능력의 관점에서 해머던지기와 피겨스케이팅은 유사점을 가진다.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츄코대)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일본의 무로후시 코지로부터 '회전에 관한 비법'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세계랭킹 1위인 무로후시 코지는 오래 전부터 피겨스케이팅과 해머던지기는 동일한 기전을 바탕으로 한 회전의 스포츠로 주장해 왔다. 무로후시 코지와 그의 여동생 유카는 아시아 해머던지기의 일인자인 무로후시 시게노부의 자녀이다. 이들 남매는 혼혈아다. 아시안게임 5연패를 이룩한 시게노부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투척경기는 기본적으로 체격에 큰 영향을 받는데, 시게노부는 동양인이 가진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루마니아 여자창던지기 선수와 결혼했으며 두 자녀를 낳은 후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부터 자녀를 해머던지기 선수로 키워 결국 아들을 통해 세계제패를 이룬 것이다. 시게노부의 무서운 집념과 투척선수에 대한 유전적 특성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남자 세계기록은 1986년 러시아의 유리 세디크(Yuriy Sedykh)가 수립한 86.74m, 여자 세계기록은 올 6월 폴란드의 아니타 볼다르치크(Anita Wlodarczyk)이 수립한 78.30m이다. 남녀 한국기록은 2008년 8월 이윤철이 수립한 71.79m와 2009년 10월 강나루가 수립한 63.53m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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