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나치 사냥꾼' 시몬 비젠탈

'나치 사냥꾼'. 패망 후 신분을 세탁하고 세계 각지에 잠적한 나치 전범들을 잡아내 인륜의 심판대에 세운 시몬 비젠탈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1905년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폴란드 르뵈프(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건축사업을 하다 1941년 나치에 잡혀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갔다.

형제와 친척 대부분이 희생됐으나 아내와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나치 패망 후 미군의 전쟁범죄 자료 수집을 돕다가 194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수용소 생존자 30명과 함께 유대역사기록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나치 사냥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잡은 것은 16년에 걸친 그의 추적 덕분이었다. 또 안네 프랑크 가족을 끌고 갔던 게슈타포 장교 카를 질버바부어를 체포, 안네의 일기가 조작됐다는 나치 동조자들의 망언을 잠재웠다. 이렇게 해서 그가 법정에 세운 전범은 1천100명에 달한다. 2009년 사망했다. 유태인은 나치에게 600만 명의 동족을 희생당했다. 이런 아픔을 겪은 유태인이 자신의 희생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비젠탈은 동족의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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