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박의상
아침 사과 하나를 먹고
남은 9개를 보네
하나씩 먹으면 아흐레는 더 먹겠군
그러나, 아흐레나 더
나 혼자 어떻게 먹는담
내일 여기
누가 하나 와서
나흘이라도 우리 둘 같이 먹는다면!
셋이 와서 이틀이라도
우리 넷 같이 먹는다면!
그런데, 그러고도
하나는 남는군, 하나는
나는 남길 수 있을까, 그것 하나를
누군가에게
그것 하나는
사과 한 알 깨물듯이 시작하는 새해 아침은 어떨까요. 사과! 라고 발음해 보세요. 양모음 사이 자음의 음가가 신선한 사과 맛처럼 잇몸 사이를 흘러나오지 않나요. 사과 하나를 먹고서 남은 9개의 사과를 바라보는 시인의 평이하지만 아름다운 시선이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요. 혼자 먹는다는 일이 얼마나 적막한 일인지. 사과 한 알인들 무어 다르겠습니까. 그때 먹은 것은 밥이나 사과가 아니라 어둠이고 외로움이었던 것을요. 그래서 누군가 와서 나흘이든 이틀이든 "같이 먹는" 일을 희망하지요. '같이'라는 말의 온기, '같이'라는 말의 사랑이 이 아침의 메시지답게 따스하고 환합니다.
다 나눠먹고도 하나 남기는 일, 사랑을 남겨 두는 일, 그것마저 누군가에게 넘겨줄 수 있기를 바라는 정갈한 보시. 가장 좋은 것은 다 취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바로 시의 마음이기도 한 거죠. 받쳐 든 두 손에 새 아침의 햇살이 가득 고입니다. 새해는 이런 마음이었으면, 이런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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