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단상] 겸손한 삶

믿음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고 발전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믿음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역'(周易) 육십사괘는 각각 그에 걸맞은 형상이 있다. 그 형상을 풀이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그 가운데 하나인 '겸괘'(謙卦)에는 '하늘의 도는 가득한 것을 일그러뜨려 겸손한 자를 보태주고, 겸손한 자를 복 주며, 사람은 가득한 자를 싫어하고, 겸손한 자를 좋아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 가르침 중에 가득 찬 것이란 교만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괘는 가득 찬 것을 싫어하는, 즉 겸손한 삶의 가르침을 준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삶이다. 낮춘다는 것은 곧 자신을 죽이거나 포기하며,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태도다. 그렇게 하면 다툴 일도, 욕심낼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 같은 마음으로 2011년 한 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벌써 새로운 해 신묘년(辛卯年)을 사흘째 지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새해를 앞두고 또는 새해를 맞아 새 각오를 다진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에게 봉사한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여 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등 비장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지만 실천을 성공으로 이끌기란 쉽지 않다. 벌써 작심삼일이 된 독자가 있다면 다시 한 번 결단을 내려 보자.

'결단'(決斷)은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 또는 그런 판단이나 단정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는 마치 죽기를 결단한 사람처럼 비장해 보인다." "형은 드디어 공부를 포기하고 사업을 하기로 결단했다고 말한다."로 쓰인다. '결단'의 발음은 '결딴'이다. 그러다 보니 '결단'을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 살림이 망하여 거덜 난 상태를 뜻하는 '결딴'과 혼동해서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결딴'은 "흥청망청 술을 퍼마셔 이젠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는 것도 부족해 집안을 아주 결딴내려 한다."로 쓰이므로 '결단'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신묘년은 토끼의 해다. 보름달에 토끼들이 방아를 찧고 있는 동화(童話)가 떠오르듯 토끼는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토끼의 귀는 다른 짐승에 비해 참으로 길다. 토끼는 이 긴 귀를 안테나처럼 자유롭게 움직여 작은 소리도 잘 듣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의 말을 남들이 들어주기를 원한다. 올 한 해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토끼처럼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따뜻한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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