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강제로 신정을 쉬게 했던 과거 군사독재 때와는 달리 새해를 설 명절로 보내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새해'라는 낱말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벅차다. 새 마음으로 1년 계획을 세우고, 작심삼일이어도 이때만큼은 굳건한 결심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루기 어려운 어떤 꿈을 꾸더라도 이때만은 허용되는 것도 새해만이 가진 프리미엄이다.
새해의 첫 아침을 원단(元旦)이라 한다. 하루, 한 달, 한 해의 시작이자 시간의 시작으로 여겨 사시(四始)라며 중요시했다. 또 이단(履端)이라고도 불렀다. 신발의 끝이라는 뜻으로 새 날에 새 걸음을 시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춘추(春秋) 공양전(公羊傳)의 첫 구절에 나오는 '원년춘 왕정월'(元年春王正月)에서 따와 왕춘(王春)이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원조(元朝), 원일(元日), 원삭(元朔), 원정(元正), 세조(歲朝), 세수(歲首)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꿈을 꾼다. 세월이 흘러도 그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나 부귀영화, 권력 등이 대부분이다. 지난 연말,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새해에 가장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로또 당첨'을 꼽았다. 뒷맛이 씁쓸하지만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소망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올해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한 해이면 좋겠다. 허황한 꿈을 좇다가 자신의 정체성까지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게일 쉬히는 '패스파인더즈'(Pathfinders)에서 정말 만족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자기 삶에 뜻과 방향을 가진 사람, 자기 인생을 헛되게 걸어왔다거나 실망을 자주 느끼지 않는 사람, 몇 개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는 사람, 누군가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 친구가 많은 사람, 발랄한 사람, 자기에 대한 비평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는 사람, 큰 두려움이 없는 사람 등이다. 다소 개연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삶의 구체적인 잣대가 되기에는 모자라는 감이 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짚어볼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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