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가들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던 국내 섬유산업이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을 내세워 성장산업으로 힘차게 재도약하고 있다.
아웃도어용 초경량 기능성 원사, 자동차 내장용 로멜팅섬유, 방탄복 원단을 비롯한 특수섬유, 고품질 스판덱스 등 과거 일반섬유 제품이 아닌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섬유로 신성장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첨단 섬유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섬유수출 212억달러를 달성, 세계 5위 신섬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고 대구시와 경상북도 역시 신섬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력 향상이 상승 요인
지역 섬유업계는 대구경북 섬유산업 호전에 대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해외 바이어의 인식 변화, 경영체질 강화 등으로 경쟁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간 섬유 도시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경량·산업용 섬유 등을 중심으로 품질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는 것. 지난해 9월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28개 섬유업체를 대상으로 업계 호황의 배경을 물은 결과 '기술 수준 향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초경량, 극세사 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타이어코드 등 산업용 섬유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한 것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관계자는 "지역 섬유업체들은 주력제품인 의류용 직물은 물론 초경량·극세사 제품, 전후 가공기술에 의한 기능성 제품 등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점점 더 높은 기술력으로 섬유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품질 경쟁력과 함께 해외 바이어의 한국 섬유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제작사들이 일본 제품에 비해 20~30% 저렴한 한국 제품에 대한 주문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 대경본부는 "중저가 범용제품 시장에서는 중국 제품과 비교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고 거래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거래처를 바꾸고 있다"며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인식됐지만 기술개발 노력 등에 따라 언제든지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소재 개발에 박차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미래 성장엔진으로 섬유를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통적 섬유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의 구조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초부터 염색과 제직 중심인 지역 섬유산업을 선진국형 산업용 섬유산업으로 바꾸기 위해 슈퍼섬유소재 융합제품 산업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슈퍼섬유는 일반 섬유가 갖는 경량성, 유연성, 내구성에 고강도, 고탄성, 고내열성 등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고성능 신섬유를 말한다.
시는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다른 산업의 첨단기술과 연계를 통해 슈퍼섬유 융합제품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상품화를 통한 해외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소재 개발은 대기업이 맡고 슈퍼소재 융합제품 개발은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또 융합화 기반기술은 지역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등에서 공동으로 추진한다.
류종우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슈퍼섬유는 IT 및 BT산업과 융복합이 가능하다"며 "대구 섬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도 1천억원 규모의 첨단의료용 섬유소재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올해부터 5년 동안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1천억원을 들여 '첨단 메디컬 섬유소재 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
봉합용 실이나 연골재생용 섬유구조체, 의료인 가운 등 수술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섬유 소재를 말하는 의료섬유소재는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가 82억달러에 달하고, 국내 시장 규모만 3조2천593억원에 이른다. 특히 국내에서는 연평균 10.8%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수입이 수출의 2배에 이르는 등 만성 무역수지 적자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섬유 관련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축적한 기술을 모아 성장 가능성이 큰 의료섬유소재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무역수지 적자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은 대구와 함께 전국 최대 의료기반을 갖춘 데다 섬유산업 역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며 "의료섬유소재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는 제반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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