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獨 '슈피겔'지 창간 아우크슈타인

"어떤 권위 앞에서도 순종하지 않는다." "언론이 정치인을 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창간인 루돌프 아우크슈타인(1923~2002)의 언론 신념이다. 1962년 10월 슈피겔이 서독 국방부의 스캔들을 잇달아 폭로하자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창간인과 기자가 반역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언론 탄압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당시의 아데나워 총리와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아우크슈타인과 기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독일어로 '거울'이란 뜻의 슈피겔은 아우크슈타인에 의해 1946년 창간, 이듬해인 1947년 오늘 독일 하노버에서 초판이 발행됐다. 슈피겔은 미국 타임지나 뉴스위크와 비슷한 편집 스타일을 취하며 기사의 깊이나 내용에서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비할 수 있다. 특유의 문체와 호당 200쪽이 넘는 '성역 없는 보도'는 '독일 민주주의를 지키는 대포'로 불린다. 이 모든 찬사는 창간인이며 편집인인 아우크슈타인의 위트와 분석력, 날카롭고 가차 없는 비판력의 결과다.

신묘년 새해다. 비리와 부패엔 차가운 얼음장처럼 맞서고 감동과 희망엔 뜨거운 용광로 같은 열정이 묻어나는 '한국의 슈피겔'들을 기대해 본다.

우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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