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과 생활] 문화·경제로 읽는 건축이야기

'건축과 생활'을 새로 연재합니다. 건축은 주거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물론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7명의 건축사들이 다양한 주제로 우리의 생활과 관련된 건축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입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대학시절 전공을 접하면서 교수님이 던지신 첫 질문이었다.

"건축이 무엇이었던가…." 30여 년을 건축을 해 오면서 또다시 질문해본다.

인간은 최초로 지구상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면서 의식주라는 인간의 생명보존을 위한 3대 과제에 충실해 왔다. 그 중의 마지막 하나인 주거는 인간을 동물과 자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움집의 형태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지원해주고 휴식과 재창조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최첨단의 기능을 장착한 현대 과학의 집합체로 성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지구상에 움집의 형태로 등장한 건축의 형태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 있다. '家'란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 아래에 돼지를 보게 될 것이다. 왜 돼지가 집안에 들어 있을까? 이 한자의 의미를 통해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 조상들이 동물과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지혜를 터득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허술한 주거건축의 구조상 특별한 보호책이 필요했는데 특히 지면을 기어다니는 뱀으로부터의 보호는 참으로 어려웠다. 주거를 통해 뱀이 돼지와 상극이라는 사실을 체험한 조상들은 집의 하부구조에 돼지를 풀어놓고 키움으로써 뱀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건축은 피난과 보호의 기능에서 출발해 현대의 최첨단 기능을 갖춘 현대과학의 총아로서 그 경제적 가치 또한 실로 어머어마하게 발전해 왔다.

건축의 용도 또한 그 쓰임새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는데 단독주택에서부터 최근의 친환경 녹색 건축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의 초고층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그 구조와 각종 재료 설비 방재 시스템 등의 분야별 발전 형태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최근에 그 정점에 이른 느낌이다. 이렇듯 건축과 관련된 산업의 다양성과 그 파급 효과는 우리 삶의 각 부문과 경제에 있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연관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최근의 수요자 중심의 주거시장 변화에 발맞춰 주거 평면 변화 등을 포함한 건축 전반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우리 건축사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 소통함으로써 건축에 대한 인식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건축의 문화적 의식 제고와 함께 공공재로서의 건축의 가치를 인식할 때에 비로소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건축이 그 가치를 더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건축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도시 속에 건축이 제자리를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심신을 포용해 줄 수 있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도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차량증가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고 해서 주차장과 도로만 확대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허리띠를 늘린다고 비만이 해결되지 않음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주거건축의 최적 조건 또한 넓은 평면과 최상의 시설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현대과학의 정점에서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이며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축의 형태는 무엇인지 등의 다양한 질문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최혁준(이데아21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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