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2㎝ 눈폭탄…' 포항이 멈췄다

포스코 하루 2만t 철강출하 전면중단…20㎝ 폭설내린 경주도 도심 고립

대구경북 새해 첫 출·퇴근길에 눈폭탄이 쏟아졌다. 올겨울 들어 부쩍 눈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3일 포항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는 등 대혼란을 겪었다.

◆포항 관측사상 최대 눈폭탄=포항시와 포항기상대에 따르면 눈이 그친 3일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포항시 동해면 52㎝를 비롯해 평균 28.7㎝가 넘는 폭설이 쏟아졌다. 특히 포항시내에 내린 눈은 지난 1942년 2월 포항지역 기상관측 이래 6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폭설로 연화재와 대잠네거리 등 포항지역 경사가 있는 도로에서는 차들이 오르막을 오르지 못해 큰 혼잡을 빚었으며 7번 국도와 28번 국도 등 주요 도로에서는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잇따랐다.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들이 도로에 나왔다 운행을 포기하면서 도심지 곳곳에서는 멈춰선 차량들이 속출했다.

폭설로 인해 대중교통은 기능을 상실했다. 택시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으며 시내버스도 운행 간격이 평소보다 훨씬 길어졌고 죽장과 신광 등 시 외곽지역은 아예 운행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포항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4일까지 이틀 동안 전면 중단돼 이용객들이 KTX 등 대체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등 불편을 겪었다.

52㎝의 폭설이 내린 동해면에는 부추 등 비닐하우스 100동(10㏊)이 무너져 내렸으며 죽도시장 수협임시위판장 지붕이 눈 무게를 못 이겨 붕괴됐다. 폭설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하루 2만t에 이르는 철강제품 출하가 고속도로와 철도를 잇는 진입로가 막히는 바람에 전면 중단됐다.

해병대교육훈련단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새해를 맞아 첫 해병대 신병인 1133기 입소가 3일 오후 2시 예정돼 있었으나 폭설로 인해 신병들이 제때 입소를 못해 오후 9시까지 입소를 늦춘 다음에야 500여 명에 이르는 신병들이 모두 입소했다.

경주는 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눈이 4일 오전까지 20㎝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도시 전체가 고립 상태에 빠졌다. 눈으로 도로는 하루 종일 정체현상을 빚었고 외곽지역을 오가는 시내버스도 전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울진 12.5㎝, 구미 5㎝, 대구 2㎝, 상주 1㎝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폭설 왜?=기상청은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것에 대해 일본 동쪽에 위치한 저기압에서 유입된 난기류가 동해안으로 남하한 한기류와 만나 '눈' 전선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약 10℃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남하하는 바람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 지역에 한파와 폭설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상청은 "1월 내내 북극의 고온현상이 유지되면서 차가운 공기의 중심이 동아시아에 머무는 가운데 대륙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 변화가 크고 한파, 눈이 자주 찾아오겠다"고 내다봤다.

대구경북은 4일 오후 찬 대륙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가끔 구름이 많을 뿐 대체로 맑겠으나 5일부터 경북 북부 내륙 일부 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추위가 찾아오겠다.

포항·이상원기자 경주·이채수기자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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